왕십리성당 게시판
제4의 유혹 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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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매력들로 시청자 ’눈’ 가린다.
제 4의 유혹 TV
최근 개봉을 앞둔 채 일부 개신교도들의 저항에 의해 수 차례
연기를 해오다 결국 상영결정이 난 영화 ’예수님의 마지막 유
혹’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성모독이라고 주장된 문제의 장면은 예수님이 십자가상에
매달려 돌아가시기 전에 유혹에 빠져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막
달라 마리아와의 정사, 마리아와 마르타 자매와의 결혼생활 등
이다. 그러나 그 장면은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예수님은 십자가
상에서 하느님의 아들로 죽으신다.
이 영화는 예수님도 여러 가지 유혹을 받으셨으나 죄를 짓지
않으신 인간적인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예수님이 유
혹을 받으셨다는 내용은 누구에게나 흥미롭게 들린다. 왜냐하
면 우리 자신들이 매순간 유혹에 쉽게 빠지면서 살기 때문이다.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현대적 의미의 유혹자라고 할 수 있는 TV 경우를 보자. 예수
님시대에 TV가 존재했다면 아마도 예수님이 공생활을 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40일간 지내시며 유혹을 받으실 때 세가지 유혹
에 이어서 [제 4의 유혹]인 ’텔레비전 출연교섭’이 있었을 것이
다. 그러나 예수님은 ’진리와 실체’를 ’환상과 이미지’로 대체하
기를 거부함으로써 인류를 다시 한번 구원했을 것이라고 누군
가 말한 적이 있다.
TV 드라마, 광고, 오락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이 현대의 유혹자
로서 우리 시청자를 지배, 통제하여 모방자나 소비자로 전락시
키는 음모를 내포하고 있다. 뱀의 유혹에 빠진 아담과 하와의
눈에 ’먹음직하고 보기에 탐스러울 뿐더러 사람을 영리하게 해
줄 것’ 같은 것이 오늘날 TV가 만들어 전파하고 있는 ’거짓 복
음’이다. 거짓 복음은 인간의 만족과 행복을 보장한다고 약속하
지만 붕어가 없는 붕어빵처럼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
손에 잡힐 듯 하지만 정작 손에 닿는 순간 모래가 손가락 사이
로 빠져나가듯 약속된 행복은 사라지고 또 다른 욕망의 사슬에
매이게 된다. 영원한 행복이 여기 이 자리에 있다고 유혹하는
TV의 매력 앞에 우리는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가?
2002.2.10 가톨릭 신문 김민수 신부(서울대교구 신수동본당 주임, 주교회의 매스컴 위원회 총무, 언론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