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과 관계를 갖다 보면 가끔 상처를 받습니다. 소중한 사람들 때문일 땐 더 그렇습니다.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겉과 속이 달라 실망하는 경우엔 훨씬 큰 아픔으로 남습니다. 나무도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외풍을 견뎌야 하는 거친 겉껍질이 그 속과 다른 것은 당연하겠지만 같은 줄기의 속도 안쪽과 바깥쪽이 다르다고 하네요. 이를 심재(心材)와 변재(邊材)라고 부른답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은 줄기가 붉어 주목(朱木)인데, 그 속은 더욱 붉다고 합니다. 또 황벽나무는 황경피라는 생약명을 가지고 있는데 나무 겉은 연한 잿빛이지만 속껍질은 진한 노란색이어서 약이나 염료로 이용합니다. 가장 심한 경우는 감나무입니다. 심재 부분이 아주 검은색이 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먹감나무라고도 한다네요. 전통공예에서 장을 짤 때 까만 무늬는 바로 이 부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나무와 사람의 ‘속 다르고 겉 다르기’가 차이가 나는 것은 나무의 다른 속은 언제나 예측할 수 있는 그 나무의 특징이 되는 동시에 굳고 단단하여 가치를 높여가는 반면, 사람의 이런 모습은 불신과 상처를 준다는 점입니다. 상처를 받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이 이야기를 기억하곤 합니다. 내가 마음에 담아야 할 것은 나를 옭아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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