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맛있는 부침개(1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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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15 ㅣ No.3679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일 (2004-10-15)

독서 : 에페 1,11-14 또는 로마 8,22-27 복음 : 루가 12,1-7 또는 요한 15,1-8

* 맛있는 부침개 *

그 무렵 사람들이 수없이 몰려들어 서로 짓밟힐 지경이 되었다. 이때 예수께서는 먼저 제자들에게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그들의 위선을 조심해야 한다” 하고 말씀하셨다. “감추인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너희가 어두운 곳에서 말한 것은 모두 밝은 데서 들릴 것이며 골방에서 귀에 대고 속삭인 것은 지붕 위에서 선포될 것이다. 나의 친구들아, 잘 들어라.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은 더 어떻게 하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가 두려워해야 할 분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겠다. 그분은 육신을 `죽인 뒤에 `지옥에 `떨어뜨릴 권한까지 가지신 하느님이다. 그렇다. 이분이야말로 참으로 두려워해야 할 분이다. 참새 다섯 마리가 단돈 두 푼에 팔리지 않느냐? 그런데 그런 참새 한 마리까지도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고 계신다.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도 낱낱이 다 세어두셨다. 그러므로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그 흔한 참새보다 훨씬 더 귀하지 않느냐?”
(루가 12,1-­7)

전도사가 된 친구와 가끔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간혹 묵상 나누기도 하는데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어제 그 친구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전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무엇을 전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 이야기가 있다면서 소개해 주었습니다.
“비도 오고 출출해서 부침개를 부쳐 먹다가 뜻밖에도 이 부침개가 그리스도인의 헌신에 대해 알려준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추를 송송 썰고 청양고추도 두 개 털어넣고 홍합 한 근에 부침가루를 부어 척척 비비면 반죽은 그런대로 됩니다. 달군 프라이팬에 척 부쳐내어 간장을 콕 찍어 먹으면 오늘같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엔 그 맛이 일품입니다. 목구멍 속에서 손이 나와 낚아채듯 꿀꺽꿀꺽 얼마나 잘 넘어가는지 모릅니다.
우리집에서 이 맛있는 부침개를 부치는 것은 제 몫입니다. 집사람은 이것저것 만들어 달라는 대로 참 잘 만들어 내는데 유독 이 부침개는 못 만듭니다. 손바닥만하게 부칠 줄은 알지만 쟁반만하게 부칠 줄은 모릅니다. 넓적한 부침개를 할 땐 프라이팬을 단박에 뒤집는 게 관건인데 집사람은 이 기술이 없습니다. 그러니 집사람이 부치는 부침개는 종지만할 수밖에 없고, 그런 부침개는 감질나서 못 먹으니 제가 부칠 수밖에요.
어느 초저녁에 집에 들어가 부침개를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기름이 자글자글한 프라이팬에 부침개 반죽을 한 국자 푹 떠서 널찍하게 펼치고는 지글지글 적당히 익었을 때 프라이팬을 흔들다가 획 던지면 부침개가 공중에서 우아하게 너울너울 한바퀴 돌아 철퍼덕 하고 프라이팬에 떨어집니다. 집사람은 젓가락을 물고 초롱초롱 쳐다보다가 부침개를 휙 뒤집으면 손뼉을 치며 좋아라 합니다. ‘여보, 대단해! 대단해!’ 이 칭찬에 겨워서 나는 밀가루에 범벅이 되든, 기름이 팔뚝에 튀든 신나게 부침개를 부칩니다.
그런데 이 부침개를 던져 뒤집으려면 때를 잘 잡아야 합니다. 부침개가 아직 익기도 전에 뒤집으면 공중에서 한바퀴 돌다가 철퍼덕 하고 프라이팬에 떨어질 때 박살이 나서 곤죽이 되거나 너무 익을 때까지 뒤집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면 부침개 한쪽이 시커멓게 눌어버리고 맙니다. 적당히 익었을 때 과감하게 확 뒤집어야 합니다. 부침개는 세밀한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의 산물입니다. 언제 뒤집어야 하는지 알아야 하고, 뒤집어야 할 바로 그때 홱 집어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헌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헌신하게 되면 뒤집어지기는커녕 철퍼덕 떨어져 박살이 납니다. 또 다 익었는데도 뒤집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게 바싹 타버리고 맙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며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살 길이고 이 복음이 나만 알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가 뒤집을 때입니다. 미적대지 말고 예수님을 위해 살겠다고 이것저것 예수님 믿는 데 방해되는 일들을 내던져 버리고 새사람 되기로 각오를 하고 헌신할 때입니다. 이때를 놓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맙니다.
그와 반대로 구원의 확신도, 예수님만이 오직 살 길이라는 확신도 없는데 타고난 열심으로 이 일 저 일 일만 하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곤죽만 될 따름입니다. 성령의 인도보다는 제 맘대로 하기 때문이죠.
교회에 올 때마다 부침개 익는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저렇게 잘 익었는데도 헌신하지 못하고, 옛 습관을 버리라면 뒤집어지다 죽는 줄이나 알고 벌벌 떠는 여러 부침개를 볼 때마다 저러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타버린 부침개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선희(서울대교구 대방동 천주교회)

- 행복해진다는 것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는 까닭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 류시화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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