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도사가 된 친구와 가끔 편지를 주고받습니다. 간혹 묵상 나누기도 하는데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어제 그 친구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전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무엇을 전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 이야기가 있다면서 소개해 주었습니다. “비도 오고 출출해서 부침개를 부쳐 먹다가 뜻밖에도 이 부침개가 그리스도인의 헌신에 대해 알려준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추를 송송 썰고 청양고추도 두 개 털어넣고 홍합 한 근에 부침가루를 부어 척척 비비면 반죽은 그런대로 됩니다. 달군 프라이팬에 척 부쳐내어 간장을 콕 찍어 먹으면 오늘같이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엔 그 맛이 일품입니다. 목구멍 속에서 손이 나와 낚아채듯 꿀꺽꿀꺽 얼마나 잘 넘어가는지 모릅니다. 우리집에서 이 맛있는 부침개를 부치는 것은 제 몫입니다. 집사람은 이것저것 만들어 달라는 대로 참 잘 만들어 내는데 유독 이 부침개는 못 만듭니다. 손바닥만하게 부칠 줄은 알지만 쟁반만하게 부칠 줄은 모릅니다. 넓적한 부침개를 할 땐 프라이팬을 단박에 뒤집는 게 관건인데 집사람은 이 기술이 없습니다. 그러니 집사람이 부치는 부침개는 종지만할 수밖에 없고, 그런 부침개는 감질나서 못 먹으니 제가 부칠 수밖에요. 어느 초저녁에 집에 들어가 부침개를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기름이 자글자글한 프라이팬에 부침개 반죽을 한 국자 푹 떠서 널찍하게 펼치고는 지글지글 적당히 익었을 때 프라이팬을 흔들다가 획 던지면 부침개가 공중에서 우아하게 너울너울 한바퀴 돌아 철퍼덕 하고 프라이팬에 떨어집니다. 집사람은 젓가락을 물고 초롱초롱 쳐다보다가 부침개를 휙 뒤집으면 손뼉을 치며 좋아라 합니다. ‘여보, 대단해! 대단해!’ 이 칭찬에 겨워서 나는 밀가루에 범벅이 되든, 기름이 팔뚝에 튀든 신나게 부침개를 부칩니다. 그런데 이 부침개를 던져 뒤집으려면 때를 잘 잡아야 합니다. 부침개가 아직 익기도 전에 뒤집으면 공중에서 한바퀴 돌다가 철퍼덕 하고 프라이팬에 떨어질 때 박살이 나서 곤죽이 되거나 너무 익을 때까지 뒤집지 못하고 어영부영하면 부침개 한쪽이 시커멓게 눌어버리고 맙니다. 적당히 익었을 때 과감하게 확 뒤집어야 합니다. 부침개는 세밀한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의 산물입니다. 언제 뒤집어야 하는지 알아야 하고, 뒤집어야 할 바로 그때 홱 집어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헌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헌신하게 되면 뒤집어지기는커녕 철퍼덕 떨어져 박살이 납니다. 또 다 익었는데도 뒤집지 않으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게 바싹 타버리고 맙니다.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며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살 길이고 이 복음이 나만 알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가 뒤집을 때입니다. 미적대지 말고 예수님을 위해 살겠다고 이것저것 예수님 믿는 데 방해되는 일들을 내던져 버리고 새사람 되기로 각오를 하고 헌신할 때입니다. 이때를 놓치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그리스도인이 되고 맙니다. 그와 반대로 구원의 확신도, 예수님만이 오직 살 길이라는 확신도 없는데 타고난 열심으로 이 일 저 일 일만 하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곤죽만 될 따름입니다. 성령의 인도보다는 제 맘대로 하기 때문이죠. 교회에 올 때마다 부침개 익는 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저렇게 잘 익었는데도 헌신하지 못하고, 옛 습관을 버리라면 뒤집어지다 죽는 줄이나 알고 벌벌 떠는 여러 부침개를 볼 때마다 저러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타버린 부침개가 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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