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성당 게시판

일어나비추어라너의빛이왔다(이사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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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영 [oteresa] 쪽지 캡슐

1999-12-30 ㅣ No.735

(나해) 주님 공현 대축일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이사 60,1)

 

 

때때로 우리들 앞에 벌어지는 현실은 거대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들은 너무도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어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모든 것을 쉽게 결론짓게 하고, 우리의 스스로 포기하는 자세는 상황을 더욱 힘들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뿌리를 생각하며,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각기 다른 모양의 작은 일이 결코 하찮은 것이 아님을 마음에 새깁시다.  
 
 

복 음 (마태 2,1-12)

예수께서 헤로데왕 때에 유다 베들레헴에서 나셨는데 그 때에 동방에서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듣고 헤로데왕이 당황한 것은 물론, 예루살렘이 온통 술렁거렸다. 왕은 백성의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다 모아 놓고 그리스도께서 나실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유다 베들레헴입니다. 예언서의 기록을 보면, ’유다의 땅 베들레헴아, 너는 결코 유다의 땅에서 가장 작은 고을이 아니다.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가 될 영도자가 너에게서 나리라’ 고 하였습니다." 그 때에 헤로데가 동방에서 온 박사들을 몰래 불러 별이 나타난 때를 정확히 알아 보고 그들을 베들레헴으로 보내면서 "가서 그 아기를 잘 찾아 보시오. 나도 가서 경배할 터이니 찾거든 알려 주시오" 하고 부탁하였다. 왕의 부탁을 듣고 박사들은 길을 떠났다. 그 때 동방에서 본 그 별이 그들을 앞서 가다가 마침내 그 아기가 있는 곳 위에 이르러 멈추었다. 이를 보고 그들은 대단히 기뻐하면서 그 집에 들어 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리고 보물상자를 열어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다. 박사들은 꿈에 헤로데에게로 돌아 가지 말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나라에 돌아 갔다.

 

 

제 1 독서 (이사 60,1-6)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야훼의 영광이 너를 비춘다. 온 땅이 아직 어둠에 덮여, 민족들은 암흑에 싸여 있는데 야훼께서 너만은 비추신다. 네 위에서만은 그 영광을 나타내신다. 민족들이 너의 빛을 보고 모여 들며 제왕들이 솟아 오르는 너의 광채에 끌려 오는구나. 머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 보아라. 모두 너에게 모여 오고 있지 않느냐? 너의 아들들이 먼 데서 오고, 너의 딸들도 품에 안겨 온다. 이것을 보는 네 얼굴에 웃음의 꽃이 피리라. 너의 가슴은 벅차 올라 부풀리라. 바다의 보물이 너에게로 흘러 오고 뭇 민족의 재물이 너에게로 밀려 오리라. 큰 낙타떼가 너의 땅을 뒤덮고 미디안과 에바의 낙타들이 우글거리리라. 사람들이 스바에서 찾아 오리라. 금과 향료를 싣고 야훼를 높이 찬양하며 찾아 오리라.

 

 

제 2 독서 (에페 3,2-3ㄱ. 5-6)

하느님께서 나에게 은총을 베풀어 여러분의 일꾼으로 삼으신 것을 여러분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심오한 계획을 나에게 계시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하느님께서 성령의 힘을 빌어 그 심오한 계획을 당신의 거룩한 사도들과 예언하는 사람들에게 나타내 보이셨지만 전에는 지금처럼 인간에게 알려주시지 않았었습니다. 그 심오한 계획이란 이방인들도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살면서 유다인들과 함께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한 몸의 지체가 되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함께 받는 사람들이 된다는 것입니다.

 

                                   

                                                        

                                                                     

                                                                 

                                                                            길라잡이

                       

성탄의 신학적 의미  

 

주님 공현 대축일은 주님의 탄생을 세상에 공적으로 선포한다는 의미에서 제 2의 성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목자들과 박사들이 하느님의 아들로서 인식하고 경배하였던 그 갓난아기가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민족이 고대해온 분이라는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성탄의 신학적 내용을 더욱 확대하고 심화시켜 줍니다.

바로 이와 같은 구원의 보편성에 대해 제 1 독서는 제 3 이사야를 인용하여 귀양살이에서 돌아오는 유다인들만이 아니라 모든 민족들을 마치 캄캄한 밤중에 등대가 되어 이끌어 줄 미래의 예루살렘의 광채에 대해 예언하고 있습니다.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온 땅이 아직 어둠에 덮여, 민족들은 암흑에 싸여 있는데 야훼께서 너만은 비추신다…. 머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 보아라. 모두 너에게 모여 오고 있지 않느냐?"

여기서 그리스도의 빛을 땅 극변에까지 쏟아 부어야 할 새로운 예루살렘은 교회임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교회의 기본적 사명이야말로 복음 선포와 교회 각 지체들의 삶을 통해 세상에 그리스도의 ’공현’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제 2 독서에서 유다인과 이방인을 갈라 놓았던 담을 헐고,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모든 것이 하나가 되게 하는 그 구원의 심오한 계획을 설명한 후, 하느님께서 자신을 그 신비를 알리는 일꾼으로 삼으셨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심오한 계획이란 이방인들도 복음을 듣고 그리스도 예수와 함께 살면서 유다인들과 함께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한 몸의 지체가 되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함께 받는 사람들이 된다는 것입니다."

마태오 복음 기자는 이스라엘과 이방인들 사이의 차이를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이들, 즉 유다인들은 예수를 무시하고 헤로데처럼 그를 죽일 계획을 짜는 반면, 멀리있는 이방인들은 신앙의 빛을 받아 예수께서 비록 가난하고 비천한 모습으로 나타나셨지만 그분을 찾고 알아보고 있습니다. 복음기자는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도착할 때까지 감추어져 있던 그 별이 다시 나타나게 된 사실을 의미심장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 별을 보고 그들은 대단히 기뻐하였다."

기쁨은 대단한 수고를 치르고 얻어지거나 오랜 투쟁 끝에, 때로는 실망 끝에 얻어집니다. 신앙의 진정한 체험들이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쉽게 이루어주지는 않습니다. 그리스도는 자신을 계시하신 뒤 감추심으로써 당신 자신을 다시 찾도록 하신다는 것입니다.

즉 그리스도는 그분을 찾기 위해 바로 동방박사들의 경우처럼 오랫동안의 고달픈 여정을 끝내 달릴 용기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만 밝게 빛나시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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