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동성당 게시판

샛강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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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구 [ysk] 쪽지 캡슐

1999-01-23 ㅣ No.425

 

제대하고

3년간

마음 속에서   금으로 자란 것을 캐러갔었지

샛강으로 가는 길  

난지도로 가는 길

 

 

 

뚝길에 즐비했던

우리 할머니 손등같던 것

우리 할머니 얼굴같던 것

우리 할머니 표정같던 것

그 질기디 질긴 생명을 ....

 

전방에는

이산가족같은

사금파리들만 밭속에 묻혀 있고

사금파리들에는

가족들이 밥상에 둘러 앉아  있었지

그것이 환히 보였지

그것만 보인 것이 아니었지

거기는 집이있었고 마을이있었고

고향이있었지

 

그때 집터마다

봄이면 깃발처럼

꽃들이 나부끼며

우리들의 아픈 상처를

피우고 있었지

 

우리 군인들에게만 말했지

슬픔을 곱게 그림으로 말했지

전쟁은 나쁜 것이라고

 

정해진 시간이 끝나자

아프고 어두운 벽을 헐기 위해

신촌을 지나

연희동을 지나

모랫내길

샛강으로 난길을 홀로 갔었지

 

그곳은

죽은 새가 되어

날개 쭉지 벌린채 죽어있었네

전방의 사금파리는 살아 숨쉬고 있었는데

 

 

 

어린 소년이

똥바다에서 죽음을  낚시질 할 뿐

내 영혼은  중병으로 누워버렸지

 

당신의 말씀이 아니었으면

제 영혼 안에는

죽음만 있을 뿐

어디에서고

부활의 소식은  없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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