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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신문에서 교우 가정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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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동홍보팀 [chunggye] 쪽지 캡슐

2004-02-23 ㅣ No.4261

[우리가정 만세] 서울 중계동 김진학 천혜경씨 가정  

평화신문 761호    발행일 : 2004-02-22

 

 김진학(아넥도, 42, 서울 중계동본당) 천혜경(루실라, 40)씨 가정은 4대가 어우러져 산다. 할머니 박백례(마리아, 94)씨와 부모님 김판기(요셉, 68)· 김서순(아폴로니아, 64)씨와 같이 한 아파트에서 살다가 두 아이가 자라면서 5년 전 한 집 건너로 분가했지만, 외형적 분가일 뿐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부부 의사인 김씨 부부가 출근하고 두 아이가 등교하고 나면 부모님이 건너와 집안 일을 돌봐준다. 저녁식사는 부모님 집에서 같이 한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리나(벨리나)와 6학년이 되는 범우(요한) 남매는 잠옷 차림으로 복도식 아파트에 있는 두 집을 들락거릴 정도이면서도 엄마·아빠처럼 증조할머니와 할머니·할아버지에게 아침·저녁 문안인사를 잊지 않는다.

 

 다리 수술을 받은 시어머니 대신 시아버지가 얼마 동안 두 집을 다니며 청소와 빨래 일을 맡기도 했지만 요즘엔 오후 시간이 나는 천씨가 양쪽을 오가며 집안일을 한다. 작년 8월 초 주저앉으면서 대퇴골 골절상을 입어 지금은 누워있는 시할머니를 수발하고 있는 시아버지를 도와 천씨도 할머니가 도움이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침대에 부착해 둔 벨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려고 노력한다.

 

 천씨는 집안일을 하다가도 시어머니가 컴퓨터 사용에 대해 물으면 얼른 달려간다.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요즘 컴퓨터에 푹 빠져 있다. 진단방사선과 의사인 천씨가 지난해 가을에 "그동안 부모님이 집안일과 아이들 양육에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이제 오전만 근무하니 하시고 싶은 일을 하세요"라며 컴퓨터 학원 수강증을 끊어왔다.   

 

 "요즘, 너무 행복하고 신바람나요. 이런 효부 며느리가 어디 있겠어요. 손주들한테 이렇게 메일을 보내고 좋은 글은 굿뉴스에도 올립니다. 새해 때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보내온 메일 좀 보세요."

 시어머니 김씨는 며느리가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며느리 자랑에 열을 올린다.

 

 김씨 집은 할머니 박씨를 제외하고 6명이 다 전자 주소를 갖고 있다. 다른 집보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면서도 올들어 전자 우편으로 주고받는 대화가 더 늘어났다. "알아서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좋고, 컴퓨터도 그만 둘 시간을 알아서 중지하니 좋고…답장은 두줄 이상 보내거라." 할아버지는 손주들한테 받기보단 보내는 우편이 많지만 서운함보다는 컴퓨터를 배워 사용하는 기쁨이 크다.

 

 얼마 전 딸 리나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수가 줄어든 것을 느낀 천씨는 사춘기려니 하고 지켜보다가 이유가 있을 것 같아 딸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가 답장을 받고 처음엔 당혹스럽고 서운하기까지 했다. 아이들을 존중하는 개방적 부모라고 자부해왔는데 딸애는 답장에 엄마가 자기 문제에 대해 마음대로 결정하고 일방적이라며 엄마에 대한 섭섭함을 조목조목 표현했다.

 

 "리나야, 솔직한 표현 고마워. 우리 딸 많이 컸네.…리나 답장을 읽고 엄마는 많이 생각하고 반성 중이야." 엄마와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면서 리나는 전처럼 학교생활, 학원문제, 친구들과 있었던 일에 대해 엄마에게 재잘거리는 밝은 모습을 찾았다.   

 

 김씨 집은 조용한 편은 아니다. "가족은 괴로움이나 즐거움을 나누고 부대끼며 같이 사는 게 아닙니까.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한테 어머니가 요즘도 잔소리를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고독이 심각해지는 것과 비교하면 살아 있는 모습이니 얼마나 좋아요."

 

 매월 두번 진료 봉사하러 나가고 있는 정형외과 의사 김진학씨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골프도 치고 술자리도 자주했던 김씨는 어느날 문득 ’이게 아닌데, 뭔가 의미 있는 삶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에 어머니가 전부터 나가고 있는 포콜라레에 관심을 갖고 4년 전 아내와 같이 ’새가정운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포콜라레 ’이상’을 접하고, 가족에 대한 중요성을 더 깊이 느끼면서 골프와 술자리를 줄이고 가족이 함께 등산을 하며 대화하는 시간을 늘렸다.

 

 자연 집에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평일 아침, 저녁 기도는 양쪽 집에서 알아서 바치지만 매주일 저녁 8시엔 다같이 모여 성서를 읽고 기도시간을 갖는다. 그 중 둘째 일요일은 ’큰 모임’시간으로 한달간 생활을 나누고 각자 아껴모은 돈을 내놓아 어려운 친척을 돕거나 포콜라레 새가정 운동이 가난한 나라 어린이에게 양육비를 지원하는 ’원격입양운동’에 보낸다. 한달간 모금액은 20만원이 넘는다.   

 

 매년 여름이면 다같이 4,5일씩 함께 가족여행을 떠나는 김씨 가족은 3년 전부터 마리아폴리에 다같이 참여하는 것으로 가족여행이 바뀌었다. 부부는 수련의· 의대 4학년 때 결혼, 신혼여행을 못간 대신 부모님 배려로 매년 결혼 기념일에 1박2일 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식구가 많으니 의견이 다르고 갈등이 생길 때가 있다. 지난번엔 아파트가 오래돼 싱크대를 바꾸기로 가족이 합의했다. 그런데 업자가 거실 바닥까지 새로 하자고 제안해 엉겁결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는데,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시아버지가 "아직 쓸만한데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한동안 집안에 긴장이 감돌았다. 부부는 가족의 일치를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 싱크대만 교환하고 가정용 페인트를 사서 같이 칠하며 평화를 다시 찾았다.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고자 노력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일궈간다.

 

 "저희가 봉양해야 할 의무가 있는 연로하신 시할머님과 시부모님을 생각하면 때로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 놓은 듯 무거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제 안에 갇혀 있을 때 그렇습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매순간 하느님과 일치하고자 있는 그대로 사랑하려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첫 자리에 모시면서요."

 

이연숙 기자   mirinae@pbc.co.kr

(사진설명)

 4대가 어우러져 사는 김진학·천혜경씨 가정. 요즘 컴퓨터에 푹 빠진 시어머니 김서순씨가 인터넷에 글을 올려 조회수가 많고 댓글이 올라오면 기분이 너무 좋다며 자신이 올린 글을 보여준다. 매월 둘째 일요일 저녁에 갖는 ’큰 모임’ 중 생활나눔 시간에 시아버지 김판기씨가 미리 준비해온 내용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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