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따뜻한 나눔이 그리운 아침의명상2(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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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석 [haein] 쪽지 캡슐

2002-01-24 ㅣ No.8602

 

겨울이면 1년 땔감을 위해 나무를 합니다.

하얀 눈이 쌓인 산으로 지게를 지고 올라갑니다.

나무에 기어올라 가지를 쳐서 단으로 묶어 땔감을 모아둡니다.

 

어느 겨울날 나무를 하다가 다리를 엄청 심하게 찍엇지요.

지금도 입큰 여자의 입술만큼 큰 자국이 남아있을 정도니까요.

다리를 찍고 다리를 움켜쥐고 있는데

식은 땀이 주르르흘러내리고, 심한 현기증이 옵니다.

그리곤 물이 간절히 아주 간절히 마시고 싶습니다.

친구가 런닝을 찢어 지혈을 한다음 업혀 산을 내려옵니다.

그리곤 동리 아주머니가 마른 쑥에 불을 붙여 상처를 짖었습니다.

그후 한달간 안방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 * *

그 아픈 상처는 곪기도 하고 그러면서 치유됩니다.

시간이흐르는 만큼 진물의 양이 줄어들고 통증도 감소됩니다.

또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아프지 않습니다.

 

단지 그곳에 상처만 크게 남아있습니다.

그 상처를 이제는 상처라 부르지 않으렵니다.

그 것을 이제는 흔적이라고 하렵니다.

그 흔적을 보면 그날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릅니다.

흔적, 그것은 상징이라고 하겠습니다.

 

살아가면서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합니다.

살아가면서 또는 사람을 미워하기도 합니다.

사랑이 깊으면 그 깊은 만큼

만약에 이별을 하려면 그 깊이만큼 더 심한 아픔을 겪습니다.

 

그 사랑을, 그 미움을 아파하는 동안을

사랑의 상처라고 부르겠습니다.

몸의 상처에는 치료약이 많이도 있지만

마음의 상처는 오직 자신의 노력밖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갑니다.

상처에 진물이 사라지고, 아픔도 사라지면서

새살이 돋아나서 상처가 치유되듯이

사랑의 아픔도 그렇게, 하지만 아주 느리게 치유된답니다.

 

세월이 많이 흐르면 그 상처는 이제 아픔이 아닙니다.

아프지 않은 것은 상처가 아닙니다.

아픔으로 남아 있는 것만을 상처라고 부르렵니다.

그 아픔이 진행되는 동안의 상처를 기억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더 세월이 지나면 그 상처를 잊고 삽니다.

어쩌다 그날의 상징이, 그 연관되는 기억이 오면

그날의 모습들이 애잔하게 살아올 것입니다.

그래도 아프지않고, 아름다운 기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미련도,아픔도 없이 떠오름, 그것을 추억이라 부르렵니다.

추억,그것을 아름다움이라 간직하렵니다.

 

눈이 내려와 세상의 잡것들을 다 감춰버리듯이

우리 마음의 이러저러한 상처들이 다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

 

미운 사람, 고운 사람, 다 지나고 나면 그리움의 대상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쌓여있는 아리고, 아프고,

추하고,아쉽고, 역겹고 미운,그 모든 것들의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도록

넉넉한 마음으로 용서하고 이해하고 마음을 비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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