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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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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 [HABYBY] 쪽지 캡슐

2000-10-10 ㅣ No.4642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 류시화

 

 

 

당신은 마치 외로운 새 같다 긴 말을 늘어놓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당신은 한겨울의 저수지에 가 보았는가 그곳에는

 

침묵이 있다.

 

억새풀 줄기에

 

마지막 집을 짓는 곤충의 눈에도 침묵이 있다.

 

그러나 당신의 침묵은 다르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법

 

누구도 요구할 수 없는 삶

 

그렇다, 나 또한 갑자기 어떤

 

깨달음을 얻곤 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정작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도 한때 사랑을 했었다.

 

그때 당신은 머리 속에 불이 났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외롭다.

 

당신은 생의 저편에 서 있다.

 

그 그림자가 지평선을 넘어 전화선을 타고

 

내 집 지붕 위에 길게 드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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