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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 롯데호텔 직원의 아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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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동 [nuri] 쪽지 캡슐

2000-06-30 ㅣ No.5839

뉴스를 보니 힘없는 사람들이 얻어맞고 있더군요

의사들이 파업하는 농성장이나 병원에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던 경찰들이

아주 많아요........

 

밑에 글은 통신에 올라온 글을 한번씩 읽어보시라고 퍼왔습니다....

 

 


 

 

 

어젯밤에도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 못했읍니다...

 

잠을 설쳐 새벽 뉴스를 놓쳤읍니다.

그런데 회사동료(이번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낙하산)로 부터 전화가 왔읍니다. 남편이 집에 들어왔냐구요...

 

어찌됀 일인가 싶어 남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보니 지금 경찰서로 잡혀가고 있다고 했읍니다.

다친데는 없는지...혹시 누굴 때렸는지(어리석은 질문이었다는걸 금방알게돼었음)...물었더니

 

백골단인지 뭔지하는 특공대원으로부터 쇠로된...끝이 네모로 각진 곤봉으로 미간을 찍혀 피가 많이 났다고 하더군요.

쌓아논 의자사이사이로 곤봉을 쑤셔대더랍니다.

그소릴 듣는순간 가슴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읍니다.

 

맨살에 여름옷 하나 걸치고 아무 무기랄것도 없이, 각종무장한 경찰들과 특공대까지 합류한 집단들과 대치했을 상황을 생각해 보면 몸서리가 쳐지고...너무 무섭습니다.

여러분도 뉴스를 보셨지여?

 

머리에 손을 얹고 있는...이미 진압된 사람들을 왜 뒤에서 발로 차고 자기 키만한

곤봉으로 마구 때리는지...

급기야는 머릴맞고 쓰러지는 사람도 있더군요.

한쪽눈이 함몰된 사람, 머리가 온통 피투성이인 사람, 실신한 사람, 들것에 묶여

실려가는 사람...

 

이런일이 도심한복판에서 멀쩡하게 이루어 졌읍니다.

마치 5.18 광주항쟁을 일부 재현하는 모습같았읍니다.

이 나라가 어쩌다 이렇게 무서워졌읍니까?

 

20일 전만해도 넥타이 매고 유니폼 입고 회사다니던 평범하기 그지없던 사람들이 뭘 그리 잘못했다고 회사로부터 정부로 부터 매를 맞고 피흘리며 경찰서로 끌려가야 하는지...너무나 억울하고 분합니다.

 

롯데호텔의 파업은 적법한 절차를 걸쳐 시행되었고 그 요구사항이나 방법또한 여느

파업과 비교해도 평범한 파업이었읍니다.

더군다나 비정규직이 많아 호텔 영업도 가능했읍니다. 당장 오늘 뉴스에도 400여명의 투숙객이 대피했다고 나왔지요.

 

노조에선 올해초 4월부터 회사측과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등의 협의를 요청했으나 회사측의 계속되는 불응으로 할 수 없이 노동위원회에 파업신고를 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져 98퍼센트에 달하는 노조원의 지지를 받고 시작됀것입니다.

 

그러나 회사측은 불법파업이라고 우기며 노조위원장및 간부들을 고소하고 체포영장까지 발부했읍니다.

노조위원장도 회사를 상대로 맞고소한걸로 알고있읍니다.

누구말은 맞고 누구말은 틀려서 체포영장을 발부합니까?

불법인지 아닌지부터 가리고 싶습니다.

 

검찰은 "이기적인 집단행위는 엄벌에 처하라"는 대통령의 어명을 받들어 혹

오버충성한건 아닌지여?

아님 의사한테 뺨맞고 롯데호텔 노동자에게 화풀이 하는건가여?

아님 본보기로 롯데호텔 직원들이 희생양이 된건가여?

 

이 나라는 형평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수 없는 비리투성이에 약한자는

개취급받는 나랍니다.

 

우리는 살기위해 나섰읍니다.

 

월급계산을 해볼까여?

남편은 호텔에 근무한지 5년차입니다.

평달엔 평균 85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우선 공과금 - 200,000 / 보험료 - 100,000 / 남편교통비 및 용돈 - 200,000 /

아기책값 - 70,000 남는돈 280,000으로 의식주 해결, 병원비, 무슨무슨날 챙기기,

갑자기 발생하는 비용들을 감당해야 합니다.

턱없이 모자라지요.

 

그러면 보너스달에는 165만원 정도가 나오니까 그걸 생각하고 좀 초과하게 됩니다.

아무리 아끼고 저축한다해도 1년이면 얼마나 모일까요?

저는 결혼한지 5년차인데도 제대로 된 옷한벌 산적이 없읍니다.

그건 남편이나 아이도 마찬가지예여.

 

맨날 유명 브랜드를 만지면서도 정작 자신은 싸구려만 찾아다니지여.

어쩌다 외식을 한다해도 우리 세식구 배터지게 먹어도 만오천원 이상가는 음식은

먹어본적 없읍니다.

 

문화생활은 꿈도 못꾸고, 아기도 점점 커가고 있는데 놀이방도 못보내고 있읍니다.

모르는 사람은 대기업에 다니니 많이 받을거라 생각하지만 우리는 말 그대로 겨우

먹고만 살고 있읍니다.

 

호봉이요? 같은과에 근무하는 어떤형은 몇년째 못오르고 있답니다. 그러니 승진이란

생각도 못하지여.

낙하산이 아닌담에야 아무리 기고 난다해도 과장까지가 최고랍니다.

 

남편의 퇴근은 빠르면, 8시...보통은 8시 30분정도입니다. 늦으면 한도끝도 없구요.

물론 회사가 정해놓은 퇴근시간은 7시 입니다.

그러나 7시에 퇴근한다는건 불가능하지요.

 

집에 올려면 한시간 정도가 소요돼는데...집에오면 9시나 9시 30분이 돼서야

저녁식사를 합니다.

일이 늦어지면 저녁식사라도 제공을 해줘야 할텐데 밥도 안줍니다.

 

야근 수당은 전혀없고 오히려 막차가 끊길때까지 근무하더라도 자기돈으로

택시를 타고 집에 옵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직원들의 돈을 갹출해서 해결하려들고..

(주로 외부의 입막음용으로 사용함)

 

호텔사용료에는 봉사료가 포함되지여? 그걸 회사측이 그동안... 한마디로 모두

착취했다고 합니다.

봉사료는 봉사한 직원의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월급에 반영시켜 주는것도 아니고,

좀 나눠갔자는데 그게 그렇게 무리인가여?

 

우리가 요구하는것은, 부린만큼 수당을 주고, 직원수를 늘려주고, 나이든사람

권고사직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집단 이기주의입니까? 무참히 맞을 일입니까?

사장은 도망다니고 대화조차도 거부하면서, 이상한 사진이나 조작해서 언론에 뿌리는 회사측은 이기주의가 아닙니까?

 

(노조위원장이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고있는데 갑자기 총무과장인지 뭔지가 와서는

 다짜고짜 무릎을 꿇더니 비는 시늉을 하고 옆에선 그모습을 사진찍더란다.

 그 사진은 국민일보 1면에 대문짝 만하게 났다고 한다.)

 

롯데호텔 20년 역사상 파업은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88년도에 한번 있었다죠?

그러면 그동안은 사람들이 만족해서 가만히 있었을까요?

참을만큼 참았고 이제는 곪을때로 곪았읍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합니다.

 

롯데호텔 회장 신격호는 우리나라 국적을 버리고 일본국적을 갖고있읍니다.

그러면 엄격히 말해 롯데 호텔은 외국인 회사 아닌가여?

외국인회사가 파업하는데 우리나라 공권력이 투입돼야하나요?

 

왠지 롯데측에서, 돈을 사원들이 아닌 엉뚱한 곳에 뿌렸을것 같은... 심증만 있고

물증이 없는 생각이 자꾸 드는것은 왜일까요?

 

오늘 경찰서로 남편을 찾아 갔읍니다.

면회도 안시켜 주더군요.

뭐 대단한 범법자라고 전부다 잡아들여놓고 어쩌자는건지...

 

담배필려고 허락맞고 나온 모르는 아저씨 붙들고(대부분 넋이 나가있음) 남편이름대며 화장실 간다고 핑계대고 밖에좀 나와달라고 부탁해서... 피범벅, 땀범벅된 옷한벌 갈아입히고 (경찰입회하에) 담배두갑 겨우 넣어줬읍니다.

 

하루종일 경찰서안에서 아기랑 다른 몇명의 보호자들과 함께 죽치고 있다가 그렇게

몇번을 더 보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읍니다.

식사는 오늘 두번했다는데 꽁보리밥에 단무지를 주더라는군요.

 

집에와서 남편과 통화하는데 "오늘 진압나온 경찰들이 새벽에 다른데 진압나갔다가 30분밖에 못자고 다시 롯데로 진압나와서 더 그랬다나봐"하며 순진한얘길 합니다. 우리남편은 이런사람인데...

 

오늘밤에도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 못했읍니다.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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