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성당 게시판

[펌글]작은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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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observer] 쪽지 캡슐

2000-05-23 ㅣ No.2145

작은 그리움

 

장국영, 탐 크루즈, 리차드 기어 중에서 누가 제일 멋있냐구 묻길래..

"너"라고 했더니 기분 좋게 웃던 그 애

 

어느 날 갑자기 세발 자전거를 끌고 와서는 세계일주 시켜주겠다던 그 애

 

발렌타인 데이에 초코렛 사주었더니

화이트 데이날 커다란 바구니를 주면서 사탕 담으라던 그 애

 

비오는 날 분위기있는 카페로 불러내더니 3만원만 빌려달라던 그 애

 

겨울바다 구경 갔다가 내 모자 물 속에 빠졌을 때

서슴없이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건져왔던 그 애

 

약골이라고 놀렸더니 다음 날 자기도 아놀드 슈왈츠 제네거 처럼 될 거라고

자랑하며 헬스 클럽 다니던 그 애

 

비내리던 날 겨울비 맞고선 나를 찾아와서는 분위기 좋다고 웃더니

다음날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던 그 애

 

웃는 모습이 너무 아파보여 나도 모르게 눈물 지었더니

"바보"라고 말하며 외면하던 그 애

 

이른 새벽에 약수터 나갔는데 우리집 계단에 앉아 졸고 있던 그 애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그럴 때마다 힘겨워하는 모습으로

나의 두 눈을 촉촉히 적셨던 그 애

 

편지 보내고선 답장 써달라고 했더니 편지 안쪽에다

"답장" 이라고 써서 주던 그 애

 

바닷가에 함께가서 내가 물속에 있었을 때

못 이겨주는 척 빠져 주었던 그 애

 

돈까스랑 햄버거보다 시장 구석에서 파는

떡볶이랑 순대를 더 맛있게 먹던 그 애

 

술 취해서 날 불러내더니 살며시 키스하고는

넌 내꺼라는 공허한 웃음을 짓던 그 애

 

사랑한단 말은 무척 좋아하면서도 단 한번도 사랑한단 말은 해주지 않았던 그

 

그러나 한동안 우린 그렇게 연락이 없었고 후에 내가 그를 찾았을 때

그는 작은 병실에서 하얀 미소를 짓고 누워있었고 울면서 이게 뭐냐고

빨리 나가자고 했지만 내게 그저 미안하다고만 수없이 말하던 그 애

 

어느 날 병문안 갔던 내게 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어달라고 날 붙잡던 그 애

 

그 날밤 그 애는 처음으로 내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웃었고

그런 그를 보면서

난 그저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지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처럼 그렇게

사랑한다고 말했지

 

그리고 그는..

영원히 잠들어 버렸지..

 

후에 그의 동생이 내게 전해준 그의 일기장 속에 붙여있던 그와 나의 사진..

그 속에서 그는 하얗게 웃고 있었지

 

그 사진을 액자에 붙이려고 떼어 냈을 때

그 사진이 붙여있던 그 자리에

영원히 나만을 사랑한다는 말과 내가 평소에 즐겨부르던 노래 가사 한소절이 적

혀있었다

 

그제서야 난..

소리내어 울었고 그의 이름을 수없이 되새겼지

그와 함께 가지 않았던걸 후회하면서..

남아있는 나를 너무나 증오하면서..

 

 

인터넷하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좋은 글인거 같아서 퍼와봤슴다.

전 감동적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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