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다섯 번째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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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6-12 ㅣ No.4970

 

 

다섯 번째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네 번째 계단에서 힘을 빼라

 

플럼빌리지의 스님들이 지켜야 할 제1계율은

’모른다’이다. 자기 고집이나 경직된 사고를 경계

하자는 뜻이다.

제2계율은 ’지금 알고 있는 지식이 언제나 변함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이다. 제3계율은 ’남들에게

자신의 관점을 권위나 교육, 선동이나 돈을 통해 강

요하지 마라’이다.

삶의 진리를 찾기 위해 구도의 길을 선택한 플럼빌리

지의 스님들은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해 항시 다음과

같은 주의를 기울인다.

"어떤 교리나 이론, 사상을 우상화하지 마라.

불교 교리도 진리가 아니다. 불교가 인간이 당면한

모든 문제에 대해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불교가 완벽하다거나 오류가 없는 교리를 갖고 있다

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열린 마음, 유연한 사고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필요

하다. 특히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어린이들에게 자신

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은 항상 옳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만 옳고 타인은 틀리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누구의 말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자신의 생각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며 냐 편이고,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

들은 나쁜 사람들이며 적이라는 생각을 낳는다.

이렇게 경직된 마음은 세상살이를 쉽게 지치게 한다.

독선을 가지고는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살 수 없다.

모든 것은 매 순간 변화한다.

불교에서는 이를 무상의진리라고 말한다.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붓다가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어린 아들과 함께 사는 상인이 있었다.

상인은 아들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어느 날, 상인은 돈을 벌기 위해 멀리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 사이 산적들이 마을을 덮쳤다.

마을을 노략질한 산적은 집들을 모두 불태워 버렸고,

상인의 아들을 유괴해 멀리 달아나 버렸다.

상인이 마을에 돌아왔을 무렵, 마을에는 잿더미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사색이 된 상인은 아들을 찾았지만 그가 찾은 건 잿

더미 속에서 까맣게 타버린 어린아이의 시신뿐이었다.

상인은 그 시신을 자신의 아들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는 머리를 쥐어뜯고 가슴을 때리며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난 후, 그는 아들의 시신을 화장했다.

삶의 유일한 이유였던 아들이었다.

이제 한줌 재로 변해버린 아들의 유해를 아름답고 작

은 벨벳 보자기에 담았다.

그는 어디를 가든지 그 보자기를 가지고 다녔다.

밥 먹을 때도, 잠잘 때도, 일을 할 때도 그 보자기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3개월 후 아들은 산적으로부터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밤을 새워 달려 살던 마을로 돌아왔다.

어린 아들은 아버지가 지은 새 집의 문을 두드렸다.

불쌍한 아버지는 침대에 누워 아들이라 여긴 이의 유해

보자기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아빠! 저예요. 아빠 아들이 돌아왔어요."

아들은 소리쳤다. 그러나 아버니는 냉정하게 소리쳤다.

"썩 꺼지거라. 귀찮게 하지 말란 말이다."

그는 끝내 문을 열지 않았다.

아들은 그곳은 떠났고, 아버지는 아들을 영원히 잃어

버렸다.

 

이 이야기를 마친 후, 붓다는 말했다.

"삶의 어떤 시점에서 어떤 생각이나 인식을 절대적 진리

로 받아 들이면, 마음의 문은 닫히고 만다. 그렇게 되면

진리를 찾는 여정 또한 끝난다. 당신은 진리를 찾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진리가 다가와 당신의 문을 두드릴 때에도

진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하나의 생각에 머문 집착은

진리에 이르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경직된 마음은 창문 없는 집과 같다.

그 속에서는 아무것도 자랄 수 없다.

어떤 하나에 집착해 그것을 절대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눈과 귀를 막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참다운 진리를 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생각이라도 한 번 더 물어보아야 한다.

개인의 문제든, 일과 관련된 문제든, "정말 확신하는가?"

라는 질문을 수시로 하라.

 

언제나 확신에 찬 어조로 설득력있게 고객을 만나는 주식

중개인이 있었다.

그는 확신에 찬 어조 덕분에 많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 한구석은 늘 무거웠고 짐이 들어찬

듯 답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승을 만났다.

스승은 생각을 말뚝 박듯 한곳에 잡아놓지 말라고 했다.

그후 그의 일하는 방법은 달라졌다.

"확신한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다만 제가

이 시점에서 얻은 최선의 견해일 뿐입니다."

주식이 오를 것을 확신하느냐는 고객들의 질문에 그는

최선을 다해 정직하게 답변했다.

그의 마음은 한결 가볍고 상쾌했다.

일도 수월하게 풀렸으며, 100% 장담하던 이전보다 고객

이 더욱 늘었다.

정말 흥미로운 결과가 아닌가?

당신이 어떤 생각이나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현실을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지

고 자신의 생각이나 견해를 놓아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놓아버림은 일생동안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인생은 마치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것처럼 배우고

또 배워야 하는 과정이다.

겨우 네 번째 계단에 이르러서 높은 곳에 왔다고 생각

한다면 당신은 더 높이 올라갈 기회를 잃은 것이다.

다섯 번째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는 네 번째 계단을

포기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좀 더 현명한 생각, 넓은 지혜를 얻으려면 자기가 쥐고

있는 생각과 인식을 놓아버릴 수 있는 용기를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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