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을 어제 복음 안에서 묵상해 본다. 되돌아온 악령을 묵상하면서 A가 생각났다. 그 애는 보육원 출신의 고아였다. 우리집은 학교를 다니지 않은 소녀들이 와서 미용·컴퓨터 기술과 함께 검정고시 준비를 하고 있어 보육시설에서도 아이들이 종종 온다. 그들은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는데 유독 A만은 고아라는 것에 수치심을 느끼면서 아버지는 일본에서, 엄마는 미국에서 이런 직업훈련 시설을 하고 있어서 자기랑 언니도 이런 훈련시설에서 살아보라고 보냈다는 거짓말을 했다. 수녀들은 A를 존중해서 비밀을 공유했는데 공교롭게도 다른 보육시설에서 온 아이가 특별한 외모를 지닌 A를 알아보았다. 그래도 A는 끝까지 부인하면서 거짓말을 계속했다. 그게 미웠던 것일까? A의 거짓말을 눈치채기 시작한 아이들은 소그룹 시간이면 가족에 관해서 계속 캐물었고, 그때마다 A는 거짓말에 좀더 그럴듯한 거짓말을, 또 그 거짓말에 더 완벽한 거짓말을 계속 만들어야만 했다. 그것이 안타까워서 솔직하게 말하면 어떻겠느냐고 권해보았지만 A는 거부했다. 지난 5월 그 애가 퇴소하던 날, 데리러 온 보육원 선생님을 엄마라고 소개했지만 다른 보육원 출신 아이들이 다 알아보았고, 수군거림을 뒤로하고 정작 아이들 앞에서는 그토록 자랑하던 엄마를 엄마라 부르지도 못한 채 떠났다. 진실로 채워놓지 못한 집. 비워놓긴 했지만 그 자리를 진실로, 정직으로 채워놓지 못한 집은 더 큰 거짓의 소굴로 변해간다. 나는 오늘도 A가 있는 그대로 자기 모습을 직면하고, 받아들이고, 진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다른 누구 부럽지 않은 것임을 깨닫기를 기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