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국제왕 얌체의 기도(10/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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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07 ㅣ No.3648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2004-10-06)

독서 : 갈라 2,1-2.7-14 복음 : 루가 11,1-4

* 국제 왕 얌체의 기도 *

예수께서 하루는 어떤 곳에서 기도를 하고 계셨다. 기도를 마치셨을 때 제자 하나가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같이 저희에게도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가르쳐 주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아버지, 온 세상이 아버지를 하느님으로 받들게 하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날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오니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루가 11,1-­4)

상처난 곳에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은 채 스쳐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얼마나 아리고 쓰린지. 상처 많은 우리 아이들은 계속 싸움을 통해 서로의 상처를 스치는 일을 반복한다. 서로 그런 의도가 아닌 줄 알면서도 눈을 흘기고, 잡아먹을 듯 욕을 하면서 쉽게 분노를 표출한다. 그런 아이들을 위하여 치료 공동체를 도입하여 서로의 성장과 변화를 도와주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 중 하나가 ‘참 만남’이다. 다툼이 있을 때 곧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한숨 돌린 후에 분노를 조절하면서 자기의 입장을 밝히는 시간이다.
우리집엔 얌체가 있는데, 얼마나 얌체인지 국제란 말이 앞에 붙을 정도다. 그 애는 자기 잘못은 별게 아니고, 타인이 잘못한 것만 물고늘어진다. 그 ‘참 만남’ 자리에 우리집 ‘국제 얌체’가 참여하면 십중팔구 반성의 기색도 없이 “어, 그래. 그럼 미안하다” 한다. 그러고는 반대 입장이 되면 “너는 지금 말로만 하잖아” 한다. 그때마다 주변없는 애들은 대꾸도 못하고 속만 끓이곤 했다. 그런데 하루는 상대 아이가 “그래? 나는 네 사과를 안 받겠다. 너는 지난번에 ○○가 너에게 용서해 달라고 했을 때 절대 못한다고 그랬거든? 그래서 나도 너 용서할 맘이 없거든?” 하는 것이 아닌가. ‘국제 얌체’ 왈 “미안하다고 했는데 너는 사과도 안 받아주냐?”, “너도 마찬가지잖아. 너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면서 어떻게 너는 미안하단 한마디로 끝내려고 하냐?”
주님의 기도를 하다 보면 청원의 기도문 속에 유일하게 조건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용서함과 같이 용서해 달라는 부분이다. 용서해야만 용서받는 진리. 용서하지도 않으면서 용서받으려는 마음, 정말 국제 왕 얌체가 아닐까?

강석연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마자레로 센터)

- 들풀 -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라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 류시화의 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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