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조용하다. 당연히 말도 없다. 행동함에 소리가 없이 참 기이하다. 아이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적이 있었는데, 이유인즉슨 저녁 산책 후 돌아오니 문이 잠겨 있었다는 것. 초인종 누르기가 싫어 그냥 걷다가 공원 벤치에서 잠이 들었다는 것. 아침에 일어나니 어딘지 몰라서 헤맸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빠져도 굳이 찾지 않으면 빠졌는지도 모르는 아이. ○○가 없어졌다고 한바탕 뒤집어지고 나면 옷장·이불장 속에서 부스스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아이. 그런데 이 아이는 자기가 필요로 하는 자리에는 빠지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곳 아이들은 배가 아니라 속이 고파서 간식까지 여섯 끼니를 먹으면서도 밤중에 배고픔을 호소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밥을 비벼주거나 라면을 몰래 끓여주는 자리에 아이는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또 요청을 하면 말하는 것이 고마워서 거절하지 않았으며, 내가 외출할 때 답답할까 봐 데리고 나가기도 했다. 얼마나 집요한지 결코 포기하는 법이 없다. ‘그것은 이래서저래서 안 된다’ 하면 대부분 이해를 하고 물러서는데 이 아이는 지쳐서 허락을 할 때까지 끈질기게 와서 ‘수녀님’을 부른다. 그렇게 아이가 편할 수 있도록 방치 아닌 방치를 하다 보니 아이들 대다수가 1년 정도 지나면 가지게 되는 자격증 하나 없이 나이가 되어 퇴소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이한테서 오늘 복음의 두 가지를 다 본다. 자신의 필요를 끈질기게 구하는 모습과 그 구함이 뱀이고 전갈이면 결코 주지 말아야 할 나의 결단까지. 이 아이가 우리집에서 일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그 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자격을 갖춰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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