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기적의 값(10/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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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13 ㅣ No.3668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2004-10-11)

독서 : 갈라 4,22-24. 26-27. 31-5.1 복음 : 루가 11,29-329

* 기적의 값 *

그때에 군중이 계속 모여들자 예수께서는 “이 세대가 왜 이렇게도 악할까!” 하고 탄식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대가 기적을 구하지만 요나의 기적밖에는 따로 보여줄 것이 없다. 니느웨 사람들에게 요나의 사건이 기적이 된 것처럼 이 세대 사람들에게 사람의 아들도 기적의 표가 될 것이다. 심판날이 오면 남쪽 나라의 여왕이 이 세대 사람들과 함께 일어나 그들을 단죄할 것이다. 그는 솔로몬의 지혜를 배우려고 땅 끝에서 왔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솔로몬보다 더 큰 사람이 있다. 심판날이 오면 니느웨 사람들이 이 세대와 함께 일어나 이 세대를 단죄할 것이다. 그들은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요나보다 더 큰 사람이 있다.”
(루가 11,29-­32)

여자 아이는 엄마와 아빠가 조용히 대화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여보, 다른 도리가 없는 것 같소. 이 집을 팔고 작은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겠어. 수술이 잘 되면 된다고 하니 기적을 바라봅시다.”
부모의 대화를 듣고 아이는 기적만이 사랑하는 동생을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기 방으로 가 유리병을 꺼냈습니다. 그 안에는 그 아이가 오랫동안 모아놓은 동전이 있었습니다. 그 유리병에 있는 동전을 방바닥에 쏟아놓고 여러 번 세고 또 세어보고는 다시 유리병에 담았습니다.
아이는 여섯 블록을 걸어서 약국에 갔습니다. 약사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느라고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는 유리창을 두들겼습니다. 그러자 약사가 귀찮다는 듯이 “뭘 줄까?” 하고 말했습니다. “기적을 주세요.”, “뭐라고?”, “제 동생 앤드류의 머리에 뭔가 나쁜 것이 자라고 있대요. 아빠가 그러는데 기적만이 제 동생을 살릴 수가 있대요. 그래서 기적을 사러 왔어요.”, “기적은 여기서 살 수 없단다. 미안하지만 너를 도울 수가 없구나.” 약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아주 비싼가요? 제 저금통을 전부 드릴게요. 꼭 기적을 사야 해요.”
그때 약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이 물었습니다. “네 남자 동생에게 어떤 기적이 필요한데?”, “잘 모르겠어요. 엄마가 그러는데 머리에 있는 나쁜 것을 없애려면 수술을 해야 한대요. 수술 비용도 없지만 기적이 있어야 수술이 잘 된다고 하셨어요.”, “기적을 살 돈은 있니? 그 저금통에는 얼마나 있는데?” 하고 신사는 물었습니다. 그 아이는 “1달러 11센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것 참 우연의 일치로구나. 네가 찾는 그 기적이 1달러 11센트거든. 애야, 내가 그 기적 파는 곳을 안단다. 먼저 네 동생과 가족을 만나본 후에 사러 가자.” 그 신사는 다름아닌 유명한 뇌수술 전문의사인 칼 암스트롱 박사였습니다.
수술을 마치고 아이의 부모는 의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말했습니다. “기적을 일으켜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강석연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마자레로 센터)

- 가을 유서 -

가을엔 유서를 쓰리라
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
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
눈꺼풀 위에
혼이 빠져 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
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룻밤새 하얗게 돌아서 버린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를 쓰리라

파종된 채 아직 땅 속에 묻혀 있는
몇 개의 둥근 씨앗들과
모래 속으로 가라앉는 바닷게의
고독한 시체 위에
앞일을 걱정하며 한숨짓는 이마 위에
가을엔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장 먼 곳에서
상처처럼 떨어지는 별똥별과
내 허약한 폐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
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껍질 위에
지켜지지 못한 채 낯선 정류장에 머물러 있는
살아 있는 자들과의 약속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
내 시에 등장하는 곤충과 나비들에게
이불을 덮어 주고
큰곰별자리에 둘러싸여 내 유서를
소리내어 읽으리라

- 류시화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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