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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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09-29 ㅣ No.989

연중 제26주일(가해. 2002. 9. 29)

                                                 제1독서 : 에제 18, 25 ∼ 28

                                                 제2독서 : 필립 2, 1 ∼ 11

                                                 복   음 : 마태 21, 28 ∼ 3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한 사원에 고명한 수도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사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매춘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사원은 성스러웠으나 매춘부의 집에는 건달들이 쉼없이 들락거렸습니다.  어느 날 수도자는 매춘부를 불러 놓고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그대는 밤낮으로 죄를 짓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그 죄의 대가를 받으려고 하느냐?'  가난한 매춘부는 눈물을 흘리며 참회하였습니다.  신에게 기도하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러나 무식하고 재주 없는 그 여인은 다른 직업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내들의 출입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수도자는 매춘부의 집에 사내들이 들어갈 때마다 뜰에 돌을 하나씩 주워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감에 따라 돌무더기가 커갔습니다.  하루는 수도자가 매춘부에게 돌무더기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여인아, 이 돌무더기가 보이느냐?  이 돌 하나하나는 네가 상대한 건달들의 숫자이다.  천벌을 받을 지고!'  매춘부는 두려움에 떨며 돌아갔습니다.  그녀는 그의 찬방에 꿇어 엎드려 울면서 통회했습니다.  '신이여, 어서 이 비참한 생활에서 저를 건져 주소서.'

  그 날 밤 죽음의 천사가 이 골목에 찾아와 수도자와 매춘부를 함께 하늘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매춘부는 천국으로 수도자는 지옥으로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수도자는 눈에 불이 일었습니다.  '어떻게 신의 심판이 이렇단 말인가.  나는 일생 동안 금욕과 절제 속에서 신을 경배하며 살았는데 나는 지옥으로 가고 평생 동안 간음죄만 지은 저 여인은 어찌 하늘 나라로 가게 된단 말인가?'  신의 사자가 말했습니다.  '수도자여, 신의 심판은 공명정대한 것이다.  너는 평생 수도자라는 자만심과 명예만을 지키며 살았다.  신의 이름으로 죄만 심판하고 가릴 줄 알았지, 사랑을 베풀 줄 몰랐다.  너는 언제 진심으로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는가?  그러나 저 여인을 보라.  저 여인은 비록 몸으로는 많은 죄를 지었지만 마음으로는 언제나 참회의 기도를 했다.  가난한 이웃과 끼니를 나눠 먹기도 했고 의로운 자를 숨겨 주기도 했다.'

  그러면서 신의 사자는 수도자에게 지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여 주었습니다.  수도자의 장례 차는 온통 꽃으로 꾸며져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춘부의 시신은 헌 누더기로 싸여 꽃 한 송이도, 찾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신의 사자는 말했습니다.  '잘 알아두어라.  지상의 대접이 하늘의 대접과 다르다는 것을.  신은 인간의 모양새가 아니라 인간의 순수를 본다.'"(정채봉님의 '심판'이라는 글입니다.)

 

  여러분에게는 수도자의 모습이 더 많습니까?  매춘부의 모습이 더 많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나는 분명히 말한다.  세리와 창녀들이 너희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고 있다.  사실 요한이 너희를 찾아 와서 올바른 길을 가르쳐 줄 때에 너희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세리와 창녀들은 믿었다.  너희는 그것을 보고도 끝내 뉘우치지 않고 그를 믿지 않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어떻게 보면 충격적인 말씀입니다.  그 당시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죄인인 세리와 창녀들이 하느님 나라에 먼저 들어가고 있다는 말은 충격적인 말씀입니다.  진정으로 뉘우치고, 진정으로 믿는 이들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 갈 수 있다고 하십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답하며 행동으로 지키는 이들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 갈 수 있다고 하십니다.

 

  우리는 세례 때에 모든 죄악을 끊어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며 그분의 말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끊어버립니다!  믿습니다!"하며 호언장담을 했던 우리는 어느새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둘째 아들과 같은 사람은 아닌지 돌아봅시다.  우리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고는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언행일치(言行一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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