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성당 게시판

연중 제28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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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michaelhun] 쪽지 캡슐

2002-10-13 ㅣ No.999

연중 제28주일(가해. 2002. 10. 13)

                                            제1독서 : 이사 25, 6 ∼ 10a

                                            제2독서 : 필립 4, 12∼14. 19. 20

                                            복   음 : 마태 22, 1 ∼ 14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한 주간동안 안녕하셨습니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음식은 생명의 필수적 요소로 생명 자체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도 함께 음식을 나눌 때에 그 관계가 더욱 돈독해집니다.  성서는 음식의 풍요성, 잔치의 풍요로움 속에서 하느님의 축복과 은혜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주 하늘나라를 잔치와 비유하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미리 알려줍니다.  "모든 민족에게 잔치를 차려 주시리라.  살진 고기를 굽고 술을 잘 익히고 연한 살코기를 볶고 술을 맑게 걸러 잔치를 차려 주시리라.  죽음을 영원히 없애 버리시리라.  야훼, 나의 주께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주시고,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벗겨 주시리라."라고 알려줍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는 어느 임금이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것에 비길 수 있다"고 하심으로써 하늘나라에 대한 비유를 혼인 잔치에 비유하십니다.

 

  혼인 잔치란 기쁨의 잔치이며 친교의 장입니다.  임금님은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초대에 응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밭으로 가고, 어떤 사람은 장사하러 가고, 어떤 사람들은 그 종들을 붙잡아 때려 주기도 하고 죽이기도 했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모두 자신들의 일을 임금님의 부르심보다 앞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임금님의 노여움을 사고, 초대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혼인 잔치는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들은 구원에서 제외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임금님은 이제 새로운 이들을 초대합니다.  거리에 나가서 만나는 대로 잔치에 아무나 초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잔치에 초대하십니다.  우리를 부르십니다.  이 부르심에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러분도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하느님의 부르심을 회피하시겠습니까?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 오늘 제2독서에서 "비천하게 살 줄도 알며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궁핍하거나 그 어떤 경우에도 적응할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을 힘입어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하느님의 따르는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면 "한량없이 풍요하신 나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풍성하게 채워 주실 것입니다."라고 강조하여 말씀하고 있습니다.  복음에서 초대에 거부한 이들은 죽음을 맞이했지만 초대에 응한 이들은 구원을 얻게 되었음을 말하고 있듯이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삶, 생명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부르심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에게 준비하라고 하십니다.  그 준비는 회개하며, 몸과 마음의 준비, 기도 자세, 정성된 봉헌의 자세 등입니다.

 

  우리가 놀면서 술타령이나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기에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우리도 먹고 살기 위해서 일상의 일을 하기에 초대에 응답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우리의 이러한 이유로 인해 현세의 삶에 분주하여 영원한 것을 잃어버리기 쉽고, 눈에 보이는 것에 집착되어 보이지 않는 것을 잊기 쉬우며, 강하게 들려 오는 세상의 요구에 귀기울이느라 부드러운 그리스도의 초청을 놓치기 쉽습니다.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랑과 신의 그리고 양보하는 삶입니다.  부모는 자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거나, 굶어죽더라도 자식을 위해 음식을 양보합니다.  자녀들을 먹이기 위해서 창피함도 감수합니다.  우리 사람에게는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삶을 살아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였다는 것을 사랑과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드러내는 시간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바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입니다.  잔치에 참여하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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