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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3686]좋은생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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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현희 [no-mouny] 쪽지 캡슐

2003-02-07 ㅣ No.3690

 

 

조그만 읍내에 직장이 있는데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고 해서

 

자전거로 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걸어서도 다닙니다.

 

다니는 길에는 울퉁불퉁 보도블럭이 깔려 있고 그 옆에는 허름한

 

구멍가게랑 이발소가 있는데 이발소 앞에 낡은 의자가 놓여 있고요.

 

의자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출퇴근 무렵 앉아 계십니다.

 

허름한 옷차림에 양쪽 볼은 불그스름하며 입가에는 웃음을 머금고 계십니다.

 

늘 그 길을 무심히 지나치는데, 그분은 저만 보면 활짝 웃으시는 겁니다.

 

 

오랜 시간을 그렇게 지낸 어느 날이었어요.

 

보도 옆에는 축 늘어진 측백나무가 있었는데 걸어다니자면

 

머리를 숙이지 않고는 걸어갈 수가 없어 늘 고개를 숙여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그 앞을 지나며 늘 고개를 숙였던 것인데,

 

할아버지는 제가 인사를 하는 줄 알고 그렇게 웃으며 제 인사를 받으셨던 것입니다.

 

 

찡한 무언가가 마음 한구석으로 밀려들었어요.

 

보잘것없는 측백나무가 나를 겸손하게 한 것이며,

 

할아버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머금게 한 것도 바로 그 나뭇가지였습니다.

 

 

그 뒤로는 나뭇가지 때문이 아니라 정말 할아버지께 반갑게 인사를 드렸는데,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인사를 받아 주십니다.

 

마음이 참 편안하고 행복한 것 있지요.

 

어느 날부터인가는 혹여라도 할아버지가 안 계시면 다음날까지 내내 궁금합니다.

 

 

이제 그 측백나무 늘어진 가지는 잘려 나가고 없어 좀 아쉽지만,

 

내게 겸손함을 가르쳐 주고 할아버지와의 따뜻한 유대를 갖게 해 준 나뭇가지에게

 

고마운 마음은 늘 잊지 않을 겁니다.

 

 

 

- 좋은생각 -

 

 

황현대님이 왠지 부럽군요.

 

조회수가 하도 많아 내가 올린 글도 읽어 주려나하고 댓글을 달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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