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북한관련

[펌글] '기형적 남북관계의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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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08-07-15 ㅣ No.6311

 


  '기형적 남북관계의 종착역'


 

   선량한 대한민국의 50대 주부 박왕자씨가 북한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다른 나라에 관광을 갔다가 그 나라 정규군에 의해 총살당하는 경우는 아마 금강산이 유일할 것이다.


   박씨의 죽음은 햇볕정책 10년이 만들어낸 비정상적이고 기형적인 남북 관계의 종착역이 어디인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햇볕정책은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반(反)대한민국적 정책이었으며 금강산 관광은 반(反)대한민국적 관광이었던 것이다.


   물론 박왕자씨의 죽음은 먼저 그 진상이 정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아울러 박씨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반대한민국적이고 비정상적인 금강산 관광은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그 선행 조건으로서 우선 김정일은 철저한 진상 규명 약속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김정일은 조선 인민군 최고 사령관이자 국방위원장으로 박씨에게 총을 쏜 초병에 대한 궁극적 지휘 책임이 있다. 과거 김정일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해 일본 국민들에게 사과한 적이 있다. 김정일의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는 그가 대한민국과 더불어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둘째, 금강산 관광의 반인권성이 교정되어야 한다. 햇볕정책의 결정판인 금강산 관광은 북한 주민에게도 대한민국 국민에게도 모두 반인권적이며 비인도적이다.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 사업 이전 북한 주민들 중에는 더러 금강산에 놀러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금강산은 북한 2300만 주민들에게 출입금지 구역이 되었다. 살던 주민들도 소거되었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현대는 북한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북한 주민들의 기본권을 박탈하는 데 기꺼이 동의해 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은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도 심각히 제약하고 있다. 1999년 귀순자에 대해 발언했다고 북한 당국에 억류된 민영미씨 사건, 북한 군인에게 아이스크림을 권유했다가 억류된 차명진 국회의원 사건은 대표적이다. 북한 사람이 남한에 와서 북한에 있는 장기수가 잘살고 있다는 말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귀순자가 남한에서 잘살고 있다는 발언은 유엔 인권 선언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하물며 아이스크림 먹으라고 권유한 것이 무슨 죄인가?


   북한은 유엔이 매년 지목하고 있는 반인권 국가에 속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북한의 반인권성을 교정하려고 노력해야지 이를 추인하고 장려해서는 안 된다. 금강산 관련 협정 내용 중 반인권적인 부분은 모두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남한의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까지 주적(主敵)으로 교육하고 있음을 명백히 알게 되었다. 때문에 관광 지대와 군사보호구역 사이에 완충지대를 설정하여 남한 주민들이 북한 군인들과 대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 완충지대에선 총기를 소유하지 않은 민간 경찰(보안원)이 치안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또 보안원들은 남북이 합의하는 국제 인권단체로부터 정기적인 인권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한국의 기존 대북 관계 패러다임이 얼마나 뒤틀려 있었는지,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무감각해 있었는지 새삼 직시하게 되었다. 국민 건강권과 검역주권을 내세워 세종로와 서울광장을 뒤덮었던 촛불의 주도세력들은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총격 사살에 대해 왜 침묵하는가. 이명박 정부는 한 생명의 무고한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철저한 진상 규명은 물론 10년 동안 비정상적이었던 대북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 하태경·열린 북한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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