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건 빚을 갚음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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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xyz2] 쪽지 캡슐

2003-01-14 ㅣ No.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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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젊으니 혼자인게 두렵지 않은건가

 

평생을 부자로서 기름지게 살기보단

기운이 다할때까지 독야청청하다가

 

내 의지대로 건강하고 멋있게 늙어,

 

세상을 오염시키지도 않고

그 누구의 마음속에도 나를 향한 안타까운 마음의 티끌하나 남기지않고

흔적없이 살다가 가고 싶다 생각했지,

 

내 몸이 병들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놀래키고

 

멋있고 매사 정력적이던 모습이

 

가을날 땅에 떨어져 초겨울 비를 맞고 축축하게 땅에 붙어버린 낙엽처럼 쇠잔해지듯

 

그렇게 조금씩 사라지는게 인생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땅에 나면서부터 살아져 누구나 겪어가는 生老病死중에

 

病이라는 말이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언제나 건강하고 아픈데를 몰랐던 우리 식구들 때문이었을까

 

사실 病은 나이에 관계없이 찾아오는 것인데

 

병든 부모님을 가진 자식은 다 남의 얘기이고

 

나또한 오히려 나이들수록 기품있고 건강하게 살다가 어느날 아침,

 

이슬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을 따라가듯 그렇게 홀가분하게 사라질수 있을것 같았다

 

엄마가 건강하실땐

매일미사에, 온갖 성당 활동

열심히 하시느라 그런지 아는 분들이 많고

뭣하러 저렇게 하나 때론 화가 날 정도였는데

 

얼마전 편찮고 나서부터, 아~성당 사람들 이래서 좋구나

그동안 엄마도 이런 일들을 하셨던 거구나,하는걸 알게 되었다

우리집 냉장고를 열면 우리 식구가 한것보다 해다주신 반찬들이 더 많고

매일오셔서 기도해주시는 레지오 분들,반원분들

갑작스런 일앞에 안타까워하고 용기주시며

보이지않게 우리 가정을 위해서 봉헌해주시는 분들

일주일에 몇번씩 오셔서 간호해 주시는 분들 . .

 

대단하고 고마운 그분들은,

어두운 밤이 되어야 별이 저기서 빛나는구나 알수있듯이

어려움속에서 고마움과 사랑을 알게해준다

물심양면으로 느끼는 이 고마움은. .그동안 날 위해서만 하던 기도에서  

더넓은 세상,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법을 알게 했다

역시 세상엔 <100% 그런것만>은 없는지,

좋은 일속에 안좋은 일이 있고 안좋은 일속에서도 좋은 일이 있다는 말은 참이다

 

특별한 사람만 겪는 고통이 따로 있으리란 생각은 안한다.

 대체로는, 우리중 누가 화성인이 아니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는 고통이다

사람마다 목차만 다를뿐 언젠간 하고 넘어가는. .

 

<병들거나 죽는> 사실에 거부감이 사라지기까진

사색을 통해서도 아니었고 책을 통해서도 아니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눈물로 몸소 알게 해준,

처음엔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껴안고나서부턴 신기하게도 모든게

자연스러움속에 감사한 일이 되었다

몸으로 기억하는 일처럼 정직한게 있을까

모든걸 있는그대로 받아들인다는건 이해와는 관계없는 일.

 

오래 산다는건 빚을 갚음이외다, 라는 詩처럼

인간의 중대사를 자연스럽게 알도록 함께 깨우쳐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어서..

 

stell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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