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성당 게시판

무지 길어요..인내심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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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석 [pbs] 쪽지 캡슐

2001-03-12 ㅣ No.1220

불안감이 슬금슬금 머리를 쳐들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때였습니다.

"저 위에는 대제 뭐가 있지?"

불안의 그림자가 속삭였습니다.

"지금 어디로 가는 거냐구?"

.....

그래서 고놈의 불안감에게 냅다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나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시간도 없단 말이야!"

                                        ’꽃들에게 희망을’ 중에서

 

안녕하세요 ^^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떠난 필립보...

이제서야 인사! 꾸벅 드립니다.

들어 온지 벌써 ’보름’이 지났어요. 빠르네...

잘 지내고 있냐구요?

고백성사를 보고 난 뒤 다시는 죄 짓지 않을 것 같은 기분,

피정을 하고 난 뒤 영영 속세에 물들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을 지닌 채 현재 학교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못 믿겠다구요?  그럼 말구...( 저 곧 고백성사 봐야 해요! ^^;)

 

개학 피정 때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죠? 하긴 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수십 번 슬라이드로 보고, 토론도 하고 했었죠.

하지만, 저에게 꼭 이 책을 주고 싶었다던... 소중한 친구에게 받은 거라

무조건 읽어야만 했답니다. (거의 반강제적인 표현! ^^)

사실은 산책을 하고 3평 남짓 한 제 방에 들어 왔을 때,

눈에 푹 들어오더라구요.

무심코 펴본 책...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실은 귀원하기 몇 일 전부터 몇 번 읽었음.)

 

이 책을 읽고...

하느님께서 주신 큰사랑, 은총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세상을 무심코... 멍하니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구요.

그리고 제 마음을 온전히(팍!팍!) 채워주었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다가오는 답답한 마음.

마지막 페이지를 막 넘기려고 할 때...아 깜딱이야~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신 예수님.

제 뒤통수 한 대 퍽! 치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그야! 그리고 한 가지 또 중요한 게 있는디..."

긁적이는 나. "그게 뭡니까?" ....고민.고민.고민....

 

애벌레가 나비로 되기 위해선 자신의 모습을 버릴 수 있을 만큼,

날고 싶은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이것은 바로 ’죽음’으로써 가능하데요.

여기에서 ’죽음’이란 애벌레가 자신의 몸에서 한 올 한 올 실을 뽑아 고치를 만들고,

그 속에서 오랜 기간. 내적 변화를 통하여 새로운 모습의 나비가 되는 것처럼...

겉모습은 사라지지만 애벌레의 삶과는 다르게...새로운 인생의

길을 걷는 나비가 되어 산다는 뜻인 것 같아요.

 

저는 비록 애벌레처럼 나비가 되는 외적인 모습 변화는 할 수 없지만

저에게 있어  내적 변화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또 애벌레떼의 기둥과 같이 세상의 허황된 것들로...

허공에 쌓여진 시기와 질투 등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피정 4일 동안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여러분들도 한번...많이 바쁜 생활이지만,

그분과 함께 하는 삶을 원하시기에,

그 삶 안에서 자신의 내적 변화는 무엇을 통해,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시렵니까? (겸손치 못한 말투군 ^^; )

 

맨 위에 나오는 문구는

’줄무늬 애벌레’가 애벌레떼의 큰 기둥에 오르면서...

서로를 밀치며 짓밟고 올라가지 않으면, 밀리고 짓밟히는 신세가 된 자신의

정체성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불안감에 싸여 독백하는 부분이죠.

아무리 둘러봐도 친구가 없네요. 단지 주위의 애벌레들이 걸리적 거리는

장애물에 불과 했기 때문에, 외로움과 함께 밀려온 절망의 불안감이었을 것 같아요.

상상해 보세요. 근데 징그럽다. 애벌레가...

 

가끔 신문을 봐요.

미사일 방어 구축 시스템 어쩌구...저쩌구...윽! (아메리카. 그래 너 왕 해라! ), 정치 윽! (각하! 왜 이러십니까?), 경제 윽! (어떻게 먹고 살라는거야!), 엽기적 살인 및 원조교제 윽! (뛰어 놀 수 있는 공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세요!),...

숨 좀 쉬고 싶어요 -.-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나요? 혹시 ’일등(황금 말구요) 만능주의’ 라고 아세요. 그럼요 ’일등’ 해야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지요. 혼자서만...(잘 살아보세.).

전 왜 이리도 욕심이 많을까요.

혹시 돌아 볼 여유도 없이 무작정 올라가고 있는 자신을 보셨나요? ^^:

애벌레떼 기둥 상상하다가 ’바벨탑’이 생각났어요. (창세기 11장일껄요.)

 

"주위가 점점 어두어지자

그는 두려워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것을...."

 

줄무늬 애벌레가 그의 친구 노랑 애벌레의 도움을 받아, 나비가 되기 위해

고치를 만들면서 세상을 볼 수 없는 순간이랍니다.

휴~  모든 것을 어떻게 포기하죠.

하지만, 나비가 되어 더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데...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후후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노래 함께 불러볼까요?

 

사순절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시고 생활하시나요

어떤 형식적인 전례,...슬픔, 고통, 외로움,...

그것이 전부는 아닐꺼라는 생각이 듭니다. ^^  

(세상을 거꾸로 보라는 T.V 선전이 있지요. 힌트!)

 

너무 긴 글이었죠.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오랜만에 게시판에 글을 쓰려다 보니 너무 욕심을 냈네요.

제가 생각한 것들을 어떻게 이 조그만 게시판에 다 쓸 수 있을까 후회도 되고....

 

여러분들 건강하시라고 기도 할래요.  저두 그렇구요. ^^

좋은 하루 되시고, 힘들고 어려울 때 손 한 번 내 밀어 보세요.

누군가가 이미 손을 내 밀고 있을테니...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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