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2008년~2009년)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우리 아빠 = (신부님)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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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온균 [gsbs] 쪽지 캡슐

2009-07-07 ㅣ No.914

                                       어버이 날
미술시간이었습니다.
오늘 준비물은 색종이 , 가위 ,풀입니다 .
준비물은 늘 할머니가 챙겨줘 한찬이는 걱정 할게 없습니다.
선생님은 칠판에다 ‘5월8일’이라고 썼습니다 .
“5월 8일이 무슨 날이죠 ?”
“어버이날이요”
아이들은 합창을 하듯 동시에 대답을 했습니다.
“오늘은 카네이션을 만든다고 했지요 .준비물 내 놓으세요 ”
선생님은 카네이션 꽃말은 사랑과 존경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의 안나비스라는 여자 아이가 평소 엄마한테 못한 걸 후회하며 하얀 카네이션을 달은 게 유래가 되어 어버이날을 정한 거예요”
선생님은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효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찬이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왔습니다.
‘난 아빠와 엄마가 없는데’
선생님이 한찬이 곁으로 다가와 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했습니다 .
“한찬이는 부모님이 여기 안계시니까 잘 만들어 대신 할머니께 드려라 ”
‘선생님은 내가 아빠와 엄마가 없다는 걸 알고 계실까? ’
어쩌면 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자꾸 카네이션 꽃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짝꿍 성희가 한찬이 카네이션을 만들어 줬습니다.
“한찬아 , 너 이 꽃 미국으로 보낼 거야?”
한찬이는 평소 짝꿍인 성희에게 아빠와 엄마 자랑을 많이 했었습니다.
“응 .......”
한찬이는 모기소리 만하게 대답했습니다.
갑자기 제기랄 신부님이 떠올랐습니다.
‘제기랄 신부님만 우리 집에 안 왔어도 ’
한찬이는 신부님이 또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찬이는 카네이션을 세 개 만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며 한찬이는 맘이 참 이상했습니다.
가끔 할머니가 ‘ 쓸쓸하다 허전해 ’하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고개를 넘어 오는 데 숲 속에서 ‘쉬쉬쉬’ 풀잎 스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한찬이는 목덜미가 서늘해졌습니다.
“어!”
싸리나무 사이에서 나온 사람은 신부님이었습니다.
신부님은 자전거를 타고 있었습니다.
산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어!, 한찬아 ! ”
신부님은 한찬이를 보고 웃었지만 한찬이는 눈길을 피했습니다.
“한찬이 카네이션 만들었구나 . 할머니 드리려고 ?. ”
한찬이는 얼른 카네이션을 뒤로 감추었습니다.
“내 것은 없냐?”
“신부님도 카네이션 갖고 싶으면 애기 낳아요 ”
“하하 ”
신부님의 송충이 같은 눈썹이 꿈틀거렸습니다.
한찬이는 자전거에 계속 눈길이 갔습니다.
“아, 이거 산악 자전거다 . 숲길을 달려도 넘어지지 않는
산에서 타는 자전거 “
‘치 눈치도 빠르네. 내가 모른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한번 타 볼래?”
“싫어요 ”
한찬이는 큰소리로 대답을 하고 먼저 앞으로 달렸습니다. .
“한찬아 !, 넘어 진다.조심해 ”
“피이”
뒤에서 크게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한찬아 !, 토요일에 꼭 와라 !. 카네이션 나도 줘~”
“내가 주일학교를 가나봐라 ”
한찬이는 씩씩거리며 고개를 내려 왔습니다.
할머니가 대문 앞에서 한찬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자!”
한찬이는 할머니에게 카네이션을 내밀었습니다.
한찬이는 방으로 뛰어 들어와 카네이션을 아빠와 엄마 사진 앞에 놓았습니다.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
할머니가 문 앞에서 한찬이를 보고 서있었습니다.
할머니 눈가에 이슬방울이 매달려 반짝였습니다.
“한찬아 , 엄마 아빠는 천사가 되어 늘 널 옆에서 보호 하고 있단다 알지?. 씩씩해야 해”
한찬이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할머니 !, 오래 오래 살아야 해 .”
“그럼 , 한찬이를 봐서라도 오래 살아야지 ”
“ 난 비행기 조종사가 될거야 . 내가 할머니 태우고 엄마, 아빠 있는 하늘나라 데리고 갈테니 기다려 “
한찬이는 할머니는 한찬이를 꼬옥 껴안았습니다.
할머니는 ‘ 하느님 , 감사합니다’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한찬이는 맘속으로 말했습니다 .
‘하느님 !우리 할머니 오래 오래 살게 해주세요 ’


                 에덴 동산
6월이 되었습니다.
한찬이는 주일 학교를 가며 중얼거렸습니다
‘난 정말 토요일이 싫어요. 아니 토요일은 좋은데 주일학교에 가는 것이 싫어요. 아니 신부님이 보기 싫어요.
주일학교 가는 것보다 박철 형이랑 산속을 다니면서 새알 찾기 놀이 하는 게 더 재미있어요.‘
가게 앞에서 박철이 형을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천천히 두 아이를 따라 왔습니다 .
박철이 형은 5학년입니다. .
“난 ,네가 참 부럽다. 넌 아빠와 엄마는 미국에 있고 부자 할머니가
있어 얼마나 좋냐”
박철이 형은 할머니를 부자 할머니라고 했습니다.
“느네 할머니가 성당에 돈을 많이 내놓아 제대도 하고 의자도 해놓고 다 했대 ”
박철이 형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바로 천당으로 가실 거라고 했습니다.
‘난 할머니가 왜 그런지 알 것 같아요 .
할머니도 아빠와 엄마가 보고 싶은 가봐요.‘
성당마당으로 들어서니 신부님이 벚나무 밑에 서있었습니다.
성당 마당에 다섯 그루의 벚나무가 있는데 까만 버찌가 따닥따닥 달려 있었습니다.
“어서들 와라 . 오늘은 교리 공부 조금 하고 우리 버찌 따 먹자 ”
한찬이는 벚나무를 올려 다 보았습니다.
“저걸 먹어요?”
“그럼 얼마나 맛있는데 ”
“우리가 새 인가요 . 저건 새들이 먹는 거잖아요 ”
신부님 얼굴이 가을볕에 익어 가는 빨간 고추처럼 변했습니다.
은수 누나가 한찬이에게 살짝 눈을 흘켰습니다.
“한찬아 , 너 신부님한테 그러면 못써”
은수 누나는 면사무소 직원인데 성당만 오면 강아지처럼 늘 신부님을 졸졸 따라다닙니다.
할머니도 얼굴이 벌개 졌지만 웃으며 돌아 섰습니다.
신부님은 주일학교 아이들이 많아지면 은수 누나가 교리를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
‘은수 누나가 주일학교 선생님이 되면 나만 혼내 줄텐데
정말 성당은 오기 싫어요.‘
할머니는 보리 엄마랑 같이 아이들이 먹을 간식을 만들기 위해 부엌으로 가고 한찬이는 신부님을 따라 교리실로 들어 왔습니다 .
“하느님이 흙으로 남자를 만들고 남자의 갈비뼈를 떼어 여자를 만들고 아주 좋아 하셨어요 . 에덴동산에 있는 열매를 다 먹어도 되는데 선과 악을 알게 되는 열매만은 따먹지 말라고 했는데 뱀이 여자를 꼬여 그만 열매를 따 먹었어요 ”
“ 신부님은 거짓말쟁이다 .에이 뱀이 어떻게 말해요 ”
“그때는 뱀도 말을 하고 나무도 말을 했어요 ”
“ 거짓말 ”
“한찬아 , 조용히 해”
박철이 형이 한찬이 등을 살짝 쳐 한찬이는 얼른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이 두 사람을 찾았어요 . 선악과를 먹은 두 사람은 숨었어요 . 왜 숨었을까?”
“매맞을 까봐요 ”
“혼날까봐요”
선화가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요 ,부끄러워서요 ”
박철이 형이 말했습니다.
“맞아요 . 선악과를 따먹은 사람은 발가벗은 걸 알고 부끄러워 숨었어요 . 하느님이 따먹지 말라는 선악과를 따먹어 남자는 땀을
흘려 일해야 하고 여자는 아기를 낳는 고생을 하는 거예요”
신부님은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을 때는 핑계를 대지 말고 즉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하느님이 용서 해주신다고 했습니다.
“뱀과 같이 얘기도 하고 아름다운 에덴 산에서 살았으면 좋겠죠?”
“난 싫어요 ”
신부님은 그 작은 눈을 크게 떴습니다.
“ 우리가 에덴동산에서 살면 발가벗고 살아야하는데 창피 하지도 않아요. 그리고 고기도 못 먹고 열매만 먹어야 하잖아요 ”
박철이 형이랑 신부님이 또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신부님은 에덴동산을 그리라고 했습니다
한찬이는 사과가 먹고 싶어 빨간 사과를 잔뜩 그렸습니다.
“자 이제 하느님이 주신 양식을 먹을 시간이에요 ”
신부님은 아이들을 벚나무 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신부님이 먼저 벚나무에 올라가 버찌를 따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신부님 손은 진보라 색 장갑을 낀 것 같았습니다.
“자 낮은 가지에 것을 한번 따봐”
신부님이 벚나무 가지를 아래로 잡아 당기고 서 있고
아이들은 버찌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버찌가 손안에서 터져 손바닥에 보라빛 물이 들었습니다. .
버찌는 작은 고무 통에 반쯤 찼습니다.
"자 먹어봐 ,씨는 삼키지 말고 입안에서 이렇게 굴려야 한다 “
신부님은 버찌를 한 움큼 손에 들더니 입안에 넣고 입을 오물 거렸습니다.
아이들이 신부님을 따라했습니다 .
신부님은 씨를 퉤퉤 뱉었습니다.
“윽 ! 맛없어 ”
한찬이는 금방 뱉어 버렸습니다.
신부님은 누구의 씨가 멀리가나 내기 하자고 했습니다.
“퉤 퉤 , 투투 ”
성당 작은 마당에 사방으로 버찌 씨가 떨어졌습니다. .
아이들 간식을 들고 오던 할머니와 보리 엄마가 놀라 그 자리에 섰습니다.
“신부님!”
신부님은 진 보라색으로 변한 입술과 보라색 이를 보이며 웃었습니다.
아이들도 신부님을 따라 웃었습니다,
“신부님 입술이 보라색이야 !”
신부님도 아이들 입술을 손으로 가리키며 웃었습니다
아이들도 똑같이 신부님을 따라했습니다.
“하하하”
“ 후후 ”
“호호”
벚나무도 아이들을 따라 웃는 것 같았습니다.
벚나무 가지위로 바람이 지나갔습니다.
버찌가 ‘ 후드득 후드득 ’ 떨어 졌습니다.
한찬이는 버찌 주워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신부님이 잠시 화장실을 갔습니다.
한찬이는 신부님이 벗어 놓은 하얀 원피스에 버찌로 하나, 하나 점을 찍었습니다.
“하나 ,둘, 셋 , 넷 ,다섯, 여섯 ,일곱 ........“
하얀 원피스에 진보라 점이 있으니 원피스가 예뻤습니다.
“한찬아 ! 그러면 안돼!!! 할머니! 할머니 !”
은수 누나가 교실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습니다.
교실로 들어온 할머니의 얼굴은 마귀할멈 같았습니다 .
할머니가 그렇게 화가 난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할머니는 한찬이 엉덩이를 소리 나게 때렸습니다.
“앙 ,앙, 앙 ”
한찬이는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신부님이 달려 왔습니다.
“죄송해요 신부님 수단을 망쳐 놨으니. ”
“아이쿠, 괜찮습니다 . 안나 자매님 ”
“제가 당장 서울로 올라가 해오겠습니다 ”
“아닙니다 .”
‘신부님은 말은 아니리고 했지만 얼굴은 날 혼내고 싶은데 할머니가 계셔서 참는 것 같았어요.’
주일 학교가 끝나고 한찬이는 할머니 손에 끌려 성당으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는 성당 맨 앞으로 한찬이를 데리고 가 벽에 붙은 빨간 불을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한찬아 , 저 불이 뭔지 알아?”
“.......”
“저 불은 예수님이 지금 이곳에 계시다는 표시야 ”
할머니는 다시 빨강 불 옆에 작은 곳을 가리켰습니다.
“저긴 , 감실이라고 하는데 예수님이 저 안에서 한찬이가 한일을 다보고 계셔”
“ 사람이 저안에 어떻게 있어 ”
한찬이는 할머니 말이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 예수님이 돌아가시며 보이지 않는 영으로 우리에게 오시고 늘 우리를 지켜보고 계시는 거야. 영은 하느님이 흙으로 사람을 만들고 ‘후’입김을 불어 넣어 진짜 사람이 된 그 입김과 같은 거다.
감실 안에 계신 예수님께 기도를 하면 기도를 다 들어 주셔".
“.........”
“신부님은 예수님 대리로 일을 하시기에 신부님한테 까불거나 버릇없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
“할머니도 싫어 . ”
“한찬아 !”
“신부님은 아빠와 같다며 아빠한테 까불지 누구한테 까불어 . 우리가 잘못해도 혼내지 않고 다 받아주는 게 아빠잖아 ”
한찬이는 성당을 빠져 나와 혼자 집을 향해 달렸습니다.
“한찬아 !”
신부님이 한찬이를 불렀지만 뒤도 안돌아 보고 바람같이 달려갔습니다.
“난 예쁘게 해주려고 했는데 ...., 모두 미워. 신부님은 정말 싫어 !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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