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삼시세끼에대한 예의

인쇄

이소령 [avis] 쪽지 캡슐

2000-12-05 ㅣ No.2072

하루 세 번 그 이상 내 입속으로 무언가가 들어간다.

 

어떨땐 성급하게, 어떨땐 골라가며, 어떨땐 찾아가며

 

몸이 배가부르니 정신이 게을러 자주 하늘을 잊는다.

 

볼모지에서 그들과 함께 죽음을 각오하며 사는 이들의 편지는 정말 큰 눈물의 채찍이다

 

만약 만약에.....

 

 

그리스도의 탄생을 숨기고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내 입속으로 들어오는 밥 알갱이

 

하루 숨가프게 쫓아다닌 시간

 

애타게 욕심부리는 가치들

 

그리고 꿈이라고 새겨 놓은 그 모든것 들

 

그리고 다시 그리스도의 탄생을 바라보고 세상을 느껴보면.........

 

마치 그를 서랍속에 쑤셔 놓고는 주일때만 필요해 주님을 찾는건 아닌지

 

사랑!

 

사랑은 우리가 함부로 써선 안되는 낱말같다.

 

그냥 느끼고 그것을 조용히 전해서 완성의 모듬으로 새겨야 할것 그것이 사랑일듯 싶다.

 

 

늦은시간 친구가 찾아왔다. 어둠속에 초라하게 서 있는 친구와 추운 소주잔을 기울인다

 

어제 밤거리엔 우박이 내렸다.

 

눈이라고 좋아하는 내게 그 친구는 바람처럼 추운말들을 남긴다.

 

그녀석이 추운가 보다 친친 외투와 두터운 목도리를 감은 그 녀석이 추운가보다.

 

사람이 그 녀석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먹어대는 소주잔. 잦은 억울함의 눈빛이 말을한다.

 

문득 술병을 보며 한잔의 술이 내입으로 친구의 입으로 들어갈때까지의 묵상을 해본다.

 

병을 만들어야 하고 술을 정제해야하고 철을 가공해야 하고 그리고 분명 여러손을 거쳐

 

이곳에 옮겨져야 했을 일들

 

친구는 여전히 사람을 아파하고있다.

 

난 그런 그녀석이 아프다.

 

사막으로 나서고 싶단 생각을 해본다. 광야도 좋을듯 싶다. 우박을 섞은 밤바람이 꽤

 

매섭다. 택시를 타고 멀리 사라지는 그 녀석을 보내고는

 

그렇게 예의있게 올라와 있는 술이며 음식들을 화장실에서 게워낸다.

 

"하느님 나 이렇게 화장실로 보낸 음식 죽어서 꼭 찾아먹게 하세요. 저 용서하지 마세요"

 

이번 성탄만큼 추운 성탄준비는 없어 본듯 하다.

 

’나좀 데려가면 안되는가’

 

게워낸 토사물도 이미 핏속으로 퍼진 알콜기운을 어쩌지 못했는지 술기운에 잠이들어

 

버렸다.

 

 



2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