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70>사랑을 묻는 그대에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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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shyj] 쪽지 캡슐

2000-06-27 ㅣ No.5772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1

 

세상일 중에 빨리 이루어지기보다는

 

늦게 성취되어도 좋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단 한 번의 만남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담뱃불 같은 감정보다는

 

삶 속에서 보이지 않고 자연스레 진행되어

 

어느 순간에

 

그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은은한 레모네이드 향 같은 사랑

 

그의 생각과 느낌이 말 없음으로도

 

나에게 전달되기 시작하는

 

천천히 오는 그런 사랑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기꺼이 완행 열차를 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2

 

사랑은 바보스러워도 좋습니다

 

어리석고 어리석어도 좋은 것이 사랑입니다

 

그가 잘되는 것이

 

곧 내가 잘되는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이

 

오히려 눈물나게 아름다운 일입니다

 

사랑은 천천히 걸어와도 좋습니다

 

거북이 걸음으로도 좋은 것이 사랑입니다

 

천천히 스며들어 결국엔 전체를 변화시키고 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사랑은 변질되는 것 또한

 

지극히 더딥니다

사랑은 아파도 좋습니다

 

사랑은 눈물을 징검다리로

 

한 걸은 한 걸음 다가옵니다

 

시멘트에 물이 섞여야 견고해지듯

 

사랑하기 때문에 흘리는 눈물 한 방울로

 

우리의 사랑은 더욱 견고해집니다

 

 

3

 

사랑은 ’왜’라고 묻지 않습니다

 

그의 어떤 면이, 그의 어디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애매함입니다

 

사랑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좋은 것입니다

 

마냥 좋은 것입니다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왜’라는 물음에

 

’이것이야’라고 말할 수 없는 애매함입니다

 

 

 

4

 

랜 시간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바로 그때 사랑은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작은 사랑은 점점 위축되어가고

 

큰 사랑은 더더욱 깊게 뿌리내리게 되는 것이지요

 

촛불은 작은 바람에도 꺼져버리지만

 

장작불을 바람이 모질수록

 

더 훨훨 타오르는 것처럼

 

 

 

5

 

사랑이 대책없는 한숨과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얼룩진다 해도

 

포기함 없이 더더욱 사랑하십시오

 

아무리 큰 아픔과 슬픔이 닥쳐온다 해도

 

더더욱 사랑하십시오

 

삶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그렇게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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