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70>사랑을 묻는 그대에게(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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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묻는 그대에게
1
세상일 중에 빨리 이루어지기보다는
늦게 성취되어도 좋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단 한 번의 만남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담뱃불 같은 감정보다는
삶 속에서 보이지 않고 자연스레 진행되어
어느 순간에
그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느끼게 되는
은은한 레모네이드 향 같은 사랑
그의 생각과 느낌이 말 없음으로도
나에게 전달되기 시작하는
천천히 오는 그런 사랑
적어도 사랑에 있어서는
기꺼이 완행 열차를 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2
사랑은 바보스러워도 좋습니다
어리석고 어리석어도 좋은 것이 사랑입니다
그가 잘되는 것이
곧 내가 잘되는 것이라는 어리석은 착각이
오히려 눈물나게 아름다운 일입니다
사랑은 천천히 걸어와도 좋습니다
거북이 걸음으로도 좋은 것이 사랑입니다
천천히 스며들어 결국엔 전체를 변화시키고 마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사랑은 변질되는 것 또한
지극히 더딥니다 사랑은 아파도 좋습니다
사랑은 눈물을 징검다리로
한 걸은 한 걸음 다가옵니다
시멘트에 물이 섞여야 견고해지듯
사랑하기 때문에 흘리는 눈물 한 방울로
우리의 사랑은 더욱 견고해집니다
3
사랑은 ’왜’라고 묻지 않습니다
그의 어떤 면이, 그의 어디가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애매함입니다
사랑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냥 좋은 것입니다
마냥 좋은 것입니다
그저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왜’라는 물음에
’이것이야’라고 말할 수 없는 애매함입니다
4
오랜 시간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바로 그때 사랑은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작은 사랑은 점점 위축되어가고
큰 사랑은 더더욱 깊게 뿌리내리게 되는 것이지요
촛불은 작은 바람에도 꺼져버리지만
장작불을 바람이 모질수록
더 훨훨 타오르는 것처럼
5
사랑이 대책없는 한숨과
주체할 수 없는 눈물로 얼룩진다 해도
포기함 없이 더더욱 사랑하십시오
아무리 큰 아픔과 슬픔이 닥쳐온다 해도
더더욱 사랑하십시오
삶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그렇게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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