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어떤이의 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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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았을 때 그의 소원은 그 동안 앞만 보고 바삐
사느냐고 한 번도 제대로 된 여행 못 가봤는데 집 떠나
동해 쪽으로 가 짭조름한 바다 내음과 푸른바다 마음껏
보고 추억으로 담아오는 여유를 갖아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 만났을 때 는 우리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건강했을 땐 생각 못했다며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하루만이라도 시간을 내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 만남에선 하얀 병실 천장이 아닌 병원 문 밖엘
걸어 나가 늘 상 의미 없이 보아 왔던 파란 하늘과 무심히
지나친 골목길의 집 앞 층계도 다시 한번 두 발로 혼자
걸을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혼자 걸을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했습니다.
네 번째 보았을 땐 걷지 못해도 좋으니 하얀 쌀밥을
수저로 듬뿍 뜨고 배추김치 밑 둥 싹뚝 잘라내어 손으로
쫙쫙 찢어 밥 수저에 둘둘 말아 볼이 터질 정도로 밥 한번
먹어 보았으면 하였습니다.
다시 그를 보러 갔을 때는 다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몸에 있는 통증 없이 변이나 잘 보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물질적 소원은 아픈 이 들에겐 바람 같은 것
이였고 밥 잘 먹고 뒤 잘 보는 것이 소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또 다시 그를 보러 갔습니다.
이젠 정말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산소 호흡기 없이
숨이나 편히쉬었었으면 정말 좋겠다며 가쁜 숨을 몰아
쉬었습니다.
한번도 생각 않고 당연하게 무심한 마음으로 늘 그렇게
당연히 내 품고들여 마셨던 편한 숨쉬기가, 호흡과 호흡
사이에 삶과 죽음이 숨겨져 있었고 다른 이에게 마지막
소원이 되도 해 새삼 생각을 하며 깊은숨을 쉬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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