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릉동성당 게시판

* 어떤 안식일(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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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25 ㅣ No.1820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2004-10-25)

독서 : 에페 4,32-5,8 복음 : 루가 13,10-17

*  어떤 안식일 *

예수께서 안식일에 어떤 회당에서 가르치고 계셨는데 마침 거기에 십팔 년 동안이나 병마에 사로잡혀 허리가 굽어져서 몸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여자가 하나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 여자를 보시고 가까이 불러 “여인아, 네 병이 이미 너에게서 떨어졌다” 하시고 그 여자에게 손을 얹어주셨다. 그러자 그 여자는 즉시 허리를 펴고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그런데 회당장은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치시는 것을 보고 분개하여 모였던 사람들에게 “일할 날이 일주일에 엿새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엿새 동안에 와서 병을 고쳐 달라 하시오. 안식일에는 안 됩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께서 이 말을 들으시고 “이 위선자들아, 너희 가운데 누가 안식일이라 하여 자기 소나 나귀를 외양간에서 풀어내어 물을 먹이지 않느냐? 이 여자도 아브라함의 자손인데 십팔 년 동안이나 사탄에게 매여 있었다. 그런데 안식일이라 하여 이 여자를 사탄의 사슬에서 풀어주지 말아야 한단 말이냐?” 하셨다. 이 말씀에 예수를 반대하던 자들은 모두 망신을 당하였으나 군중은 예수께서 행하시는 온갖 훌륭한 일을 보고 모두 기뻐하였다.
(루가 13,10­-17)

십팔년이라는 시간을 굽은 허리를 펴지 못하고 살았던 여인에게는 안식일도 제대로 된 안식일이 아니었습니다. 안식일에 갖게 되는 하느님과의 휴식의 여유도(출애 20,`11 참조), 종살이에서 해방된 기쁨도(신명 5,`15 참조) 다른 사람이 누리는 것과 같은 의미로 보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제 이 여인은 오랜 기간 자신을 붙잡고 있었던 병마가 떨어져 나가던 그날을 그 누구보다도 잘 기억할 것입니다. 이 여인에게 안식일은 그냥 일주일마다 찾아오는 빨간 날이 아니라 허리 펴고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삶이 시작된 날로 기억할 것입니다. 이제 이 여인은 안식일에 자신에게 일어난 이 해방의 체험, 살아 계신 하느님의 은혜를 기억하는 날로 살아갈 것입니다. 이 여인이야말로 어느 율법주의자보다도 더욱더 깊이 ‘해방’이 무엇인지, ‘하느님과 함께 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왜 굳이, 왜 하필, 그 좋은 날 다 놓아두고 이날이어야 하는가라는 회당장의 의문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속에서도 불쑥불쑥 튀어오르는 물음이 아닐까요? ‘아니 왜’라는 말 다음의 빈칸에 우리는 어떤 말을 집어넣고 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런 질문을 던지는 나를 가만히 들여다봅시다. 그 질문이 옳은지를, 혹여 내가 빠뜨리고 있는 것은 없는지를.

이정석 신부(전주 가톨릭신학원)

-   소중한 친구에게 -

서로 웃어 줄수 있는 것이
서로 울어 줄수 있는 것이
떨어져 있을 때
허전함을 느끼는 것이
나의 소중한 모든 것을
주고 싶은 것이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이
지금 말없이 이것을 읽고 있는 당신이
바로 나의 소중한 친구입니다.

- 류시화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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