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인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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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자 [noans] 쪽지 캡슐

2001-07-12 ㅣ No.2226

 

새 사제의 첫미사가 있던 날의 일이다.

"오늘은 정말 시중드는 마르타가 아니라 말씀을 듣는 마리아가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마가 소강중에 있을 때 특유의 강렬한 햇볕이 과시하고 있었다.

나에게 맡겨진 국수를 삶아서 1시까지 가져와야 하는 봉사가 반갑지 않게 여겨지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감정이었다.

그러나 난 나에게 맡겨진 책임감을 꾀 피우지 않고 해내려고 첫미사를 포기했다.

11시 미사를 마치고 부지런히 국수를 삶아 가지고 왔다.

내가 해야 할 이 국수 한 봉지 삶는 일이 가장 크게 생각 되고 첫 미사에 참여 하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 하면서 땀음 뻘뻘 흘리며 성당으로 삶은 국수를 가지고 와 일을 거들면서는 지금까지의 생각은 어디에 감히 비출수도 없었다.

그 뜨거운 날 뜨거운  불 앞에서 지지고, 붙이고, 볶고, 삶으며 일하고 있는 모습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오늘만이 아니고 벌써부터 계획을 세우며 준비하고 김치를 담그면서 지금 이 시간까지 수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직접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말 엽기적인 봉사였다.

과연 그날의 봉사가 먹거리 봉사 뿐 만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난 예수님께서 물고기 몇마리와 빵 몇개로 4-5천명을 먹이신 기적처럼

’수백명의 먹거리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자기가 해야 할 몫을 봉사할때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해결 되어 가고 있는 것이 바로 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의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이렇게 진행되어 가는것 자체가 기적으로 생각되었다.

그중에 나의 작은 봉사도 함께 했음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또 다른 감사를 느꼈다.

또한 새삼스럽게 지금의 내가 있음에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기도 했다.

 

다른 이를 위해서 봉사할 줄 아는 모든이에게 주님의 푸근한 사랑이 엽기적으로 함께 하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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