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주보7면 용마루골 소식 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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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요셉피나 [xone2] 쪽지 캡슐

2003-06-05 ㅣ No.4934

 

 

 

아주 오래된 기억들

 

글.이향숙

 

 

손등에 때 국물 주르륵 흐르고

옷소매에는 코가 더께가 되고

구멍 난 양말 발 뒤꿈치가 시러도

까만 고무신 신고 책보따리 어깨에

두르고 어매가 만들어 준

고무줄 치마에 짧은 단발머리가

잘 어울렸던 아주 오래된 기억.

 

아부지 지게에 한번 올라타고 싶었고

그런 딸아이의 마음을 읽은 아부지

싣던 나무 가지 다 내려 놓고

어린 딸을 번쩍 들어올려 지게에 앉히고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부녀가

즐거운 추억을 담았던 기억.

 

해거름께 굴뚝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강둑에 매어 놓은 염소를 끌고 들어 가면

할매 우리 손주 수고 했다고 밀가루 속에

묻어 놓은 엿가락을 내 놓으시고

소 풀 베러 간 언니가 논둑에 매어 놓았던

소를 끌고 들어 오면

할배 속바지 주머니에서 쌈지 돈을

주시던 그 까칠한 기억.

 

고향 가는 길에 하늘과 나무가 다르게 보였고

몸빼 입은 동네 어른만 보아도

내 친정 부모 같아 눈가가 촉촉해지며

흙 냄새가 너무 좋아 코를 실룩 거리면서

아주 오래된 기억들을 하나 둘 들이킨다.

첨부파일: 173호 용마루소식 .hwp(26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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