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주보7면 용마루골 소식 17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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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기억들
글.이향숙
손등에 때 국물 주르륵 흐르고 옷소매에는 코가 더께가 되고 구멍 난 양말 발 뒤꿈치가 시러도 까만 고무신 신고 책보따리 어깨에 두르고 어매가 만들어 준 고무줄 치마에 짧은 단발머리가 잘 어울렸던 아주 오래된 기억.
아부지 지게에 한번 올라타고 싶었고 그런 딸아이의 마음을 읽은 아부지 싣던 나무 가지 다 내려 놓고 어린 딸을 번쩍 들어올려 지게에 앉히고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부녀가 즐거운 추억을 담았던 기억.
해거름께 굴뚝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강둑에 매어 놓은 염소를 끌고 들어 가면 할매 우리 손주 수고 했다고 밀가루 속에 묻어 놓은 엿가락을 내 놓으시고 소 풀 베러 간 언니가 논둑에 매어 놓았던 소를 끌고 들어 오면 할배 속바지 주머니에서 쌈지 돈을 주시던 그 까칠한 기억.
고향 가는 길에 하늘과 나무가 다르게 보였고 몸빼 입은 동네 어른만 보아도 내 친정 부모 같아 눈가가 촉촉해지며 흙 냄새가 너무 좋아 코를 실룩 거리면서 아주 오래된 기억들을 하나 둘 들이킨다. 첨부파일: 173호 용마루소식 .hwp(26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