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어디를 가는가. 모든게 여기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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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6-09 ㅣ No.4951

 

 

어디를 가는가. 모든 게 여기 있는데..

 

나는 이제까지 여러 나라를 돌며 많은 강연을 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나라가 딱

한 곳 있다. 바로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내가 태어난 나라로 나의 고향이 있는 곳

이기도 하다. 나뿐 아니라 회외를 떠도는 많은 베트

남인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북한에 고향을 둔 한국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안다. 나는 그들에게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진정한 고향은 우리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향은 과거와 추억속에 존재하는

곳이다.

꿈에도 그리던 고향을 찾아갔지만 결국 실망하고 돌

아왔다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고향은 특정한 장소나 지역이 아니다.

결국 우리의 마음속에 숨쉬고 있는 이상향이다.

우리는 언제라도 고향에 갈 수 있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나는 마음속 고향을 찾아가라

고 당부하고 싶다. 고향에는 특별한 힘이 있다.

고향은 바람처럼 떠도는 삭막한 마음을 따스하게 안

아주고, 고단한 몸을 다독여준다.

다음의 시를 잘 음미해보라.

우리를 마음속 고향으로 데려다줄 수 있는 좋은 시다.

좌선을 할 때도, 걷기 명상을 할 때도, 그리고 운전

을 할 때도 되뇌라.

 

나는 이미 도착했다. 나는 고향집에 있다.

바로 여기 이곳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

나는 바위처럼 강하다. 나는 바람처럼 자유롭다.

궁극의 그곳 대자유에, 나는 언제나 머무노라.

 

프랑스에는 ’행복해지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What are you for to be happy? 라는 제목의

노래가 있다. 이 시의 첫 행 "나는 이미 도착했다" 는

이 노래에 답하는 후렴구 같다.

이 말에는 "나는 인생에서 더 이상 도망가거나 행복을

기다리지 않겠다" 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의 첫 행을 소리 내어 외운다면, 당신은 다음과 같은

선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일생동안 앞만 보고 달렸다. 어제도, 오늘도,

과거에도, 그 이전의 수많은 전생에서도 나는 달기기

만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달아나지 않겠다.

나는 이제 내 고향으로, 내게로 도착했다. 이제 나는

질주를 멈추고 내 삶을 살겠다."

이것은 대단한 성취다.

나 자신이 온전히 존재하고 온전히 살아있음을 선포한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이 고향집처럼 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계속 시를 읊다보면, 당신은 더 이상 달아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지금 이곳에서 힘차게 뿌리내리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무엇도 당신을 달아나게 만들 수 없다.

당신은 힘 있고 자유로운 존재다.

당신은 과거로부터 자유롭다.

당신은 미래로부터도 자유롭다.

당신의 과거의 후회로부터 자유롭다.

당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당신은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다.

왜냐하면 당신은 자유인이니까.

당신의 행복은 자유에 달려있다.

당신이 가진 행복의 양은 당신 마음속에 자리한 자유의

양에 달려있다.

그러므로 자유를 키우고 닦는 것은 행복을 키우고 닦는

것이다.

이 자유로움은 정치적 자유가 아니다.

이 자유는 후회로부터의 자유.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불안으로부터의 자유, 과거로부터의 자유, 미래로부터의

자유다.

"나는 이미 도착했다. 나는 고향집에 왔다" 를 집중해서

되뇌는 순간 당신은 행복한 순간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둘째 행인 "바로 여기 이곳에서, 바로 지금 이 순간" 을

음미해 보라.

이것은 지금 이 순간, 이곳에 나 자신을 힘있게 두겠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지금 이 순간 이곳이 진정한 나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붓다와 보살들의 주소를 알고 싶은가?

확언하건대 그 주소는 "지금 이곳" 이다.

이는 우편번호까지도 포함되어 있는 확실한 주소다.

셋째 행인 "나는 바위처럼 강하다. 나는 바람처럼 자유

롭다" 는 단산한 자기암시가 아니다.

이 문장은 당신에게 힘을 선사한다.

"나는 이미 도착했다. 나는 고향집에 왔다" 를 수행한

당신은 이미 자유로운 존재다.

후회와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힘이다.

힘과 자유는 열반의 가장 큰 특성이자 행복에 반드시

필요한 마음이다.

나약하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자유롭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당신이 약하다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자유인이 아니라면 어떻게 행복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때문에 우리는 힘과 자유를 키우고 닦아야 한다.

마지막 행인 "궁극의 그곳 대자유에 나는 언제나 머무노

라" 를 음미할 차례다.

’궁극의 그곳’은 만물의 본성을 뜻한다.

파도를 한번 상상해 보라.

아마도 푸른 바다와 모래밭에서 제각각의 높이로 물결

치는 파도가 보일 것이다.

제각각의 파도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높고 낮음이 있다.

그러한 파도의 본성은 무엇일까.

파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그것은 물이다.

물은 파도의 본성이다. 물에는 시작과 끝도 없고, 높고

낮음도 없다.

물의 본성을 지닌 파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눈의 착각일 뿐, 파도는 시작과 끝이나 높고 낮음,

그 모든 조건으로부터 자유롭다.

 

만물에는 두 가지 차원이 존재한다.

하나는 역사적 차원이고 또 하나는 궁극적 차원이다.

모든 인간은 파도인 동시에 물이다.

당신은 파도의 삶을 살았는가, 아니면 물의 삶을 살았

는가. 당신이 만일 파도의 삶을 살아 왔다면 물의 삶

도 한번 살아보기 바란다.

당신의 본성을 아는 순간 모든 두려움은 사라지고 아픔

과 고통도 녹아내릴 것이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삶은 바로 물의 삶이다.

그것은 곧 신의 삶이며 니르바나(열반)이다.

또는 하느님의 왕국이다.

단 하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물의 삶’은 바로

지금 당신의 근원,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본성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본성은 시작도 끝도, 탸어남도 죽음도 없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파도에 무너지는 모래성처럼

당신의 모든 고통과 두려움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의 본성은 태어남도 죽음도, 끝도 시작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은 본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깨달음을 시로 옮긴 적이 있다.

증일아함경을 읽고 있었을 때였다.

시 한 편이 내 머리를 스쳤다.

두려울 때 고요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읽어보기 바란다.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읽어줘도 좋다.

 

나는 끝없는 생명

태어난 적도 없고

죽은 적도 없네.

 

드넓은 푸른 바다와

빛나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

그것은 다 나의 경이로운 참마음이

드러나 표현된 것일뿐

시간이 존재하기 이전

무시의 그때부터

나는 늘 자유로웠네.

탄생과 죽음은 우리가 통하는 문

우리의 여정에 놓인 성스러운 문지방

탄생과 죽음은 숨바꼭질일 뿐

 

그러니 나를 보고 웃어요.

나와 함께 웃어요.

내 손을 잡아요.

우리는 곧 다시 만나기 위해

작별하는 거예요.

 

우리는 오늘 만나고 있어요.

우리는 내일 다시 만날 거예요.

우리는 늘 근원에서 만날 거예요

우리는 모든 것 안에서 서로 만날 거예요.

 

나의 귀는 내가 아니예요.

나의 눈도 내가 아니예요.

나의 코도 내가 아니예요.

나의 혀도 내가 아니예요.

나의 몸도 내가 아니예요.

나의 마음도 내가 아니예요.

 

나는 픔럼빌리지에 다음과 같은 말을 붓글씨로 써서

붙여 놓았다.

"지금 이 순간 하느님의 왕국을 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절대 하느님의 왕국을 만날 수 없다."

지금 이순간 정도를 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절대 정토를 만날 수 없다."

 

당신 안에 슬픔, 두려움, 갈망이 가득하다면 어디를

가든 지옥일 것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자비와 이해. 그리고 자유가 있다면

어디를 가든 천국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이곳이 바로 당신의 고향이며, 물의 삶이

존재하는 곳이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고향 길을 걷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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