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하고 돌투성이인 사막의 가장 외진 곳, 그곳에는 수도자조차도 두려워하는 뜨거운 태양열이 불타고 있었는데, 나는 나 자신이 기쁨 가운데 그리고 로마 군중 가운데 있는 것 같았다. 지옥의 두려움 때문에 나 스스로 나 자신을 처벌한 이 추방과 감옥에서, 나는 여러 번 눈앞에 로마 처녀들의 춤추는 광경을 마치 내가 그들 가운데 있는 것처럼 상상을 했다. 그것은 나의 차가운 육신 안에서 그리고 나의 바짝 마른 근육 속에서 죽은 것 같았으며, 열정만이 살아 있었다. 이 열정의 원수와 함께 나는 혼자서 예수의 발 아래 몸을 던졌으며 나의 눈물로 그 발을 적시고 그리고 나는 몇 주일 단식함으로써 나의 육체를 길들였다. 나는 내가 받은 유혹을 폭로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슬퍼한다.”(성 유스토키움에게 보낸 편지) 예로니모 성인은 격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그는 빨리 화를 내지만 빨리 후회하는 성격이었고, 다른 사람의 결점보다 자신의 결점에 가혹했다고 한다. 돌로 가슴을 치는 예로니모의 초상화를 보면서 한 교황이 말하기를 “당신이 그 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잘하신 일입니다. 만일 그것이 없었다면 교회가 결코 당신을 성인으로 추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히브리어로 된 구약과 그리스어로 된 신약을 라틴어로 번역한 성서학자다. 예로니모 성인은 주님께서 주신 성격과 성향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줄 아는 분이셨던 것 같다. 성서를 번역하기 위해서 스스로 준비를 했고 훌륭한 스승을 찾기 위해서 애를 썼고 몇 년씩 한 곳에 머물면서 배웠다고 한다. 그런 준비가 어느 정도 된 후에는 팔레스티나를 두루 여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성서를 공부하면서 예로니모 성인의 전구를 자주 청했다. 인간적인 약함보다는 주님을 위해서 그 약함까지도 활용할 줄 알았던 성인을 닮고 싶었고 최대한으로 공부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 주님은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심정으로 제자들을 파견하신다. 이런저런 지침을 주시며 그 염려하는 마음을 표현하신다. 제자들이 지닌 인간적인 한계가 몇 가지 지침으로 덮여지지는 않을 텐데도 주님은 제자들에게 다니면서 추수할 일꾼을 만나라고 하신다. 둘이 셋이 되고 셋이 열이 되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라 하신다. 아마 주님은 공동체야말로 서로 있는 것을 다 내어놓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곳임을 아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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