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지은이도 내용도 가물가물하지만 어른으로 태어나 아이가 되어 죽는다는 내용의 동화가 생각난다. 우리 아버지는 올 7월 5일에 아이처럼 맑은 모습으로 크신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셨다. 아기와 임종을 앞둔 아버지와의 차이는 단순히 ‘체격이 크다, 작다와 말을 할 수 있다, 없다’였을 뿐 아버지는 착한 아이 그 자체였다. 물건을 받으면 깍듯이 아버지는 늘 웃음을 지으며 꼬박꼬박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음식을 드실 수 없어 오직 미음만을 드셨는데 그것이 아버지를 정화시킨 것인지 아버지의 몸에서는 늘 아기 내음이 묻어났다. “아버지, 몸을 옆으로 누우면 숨쉬기가 좋대요” 하면 “그래” 이렇게 하라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면 저렇게 마지막 병원에서 집에 가시기를 원한 것 외에는 요구도 없이 늘 ‘그래’ 하면서 응해주셨다. 아버지가 위독해지면서 아버지 옆에 있는 시간을 수도회에서 많이 허락해 주셨는데 아버지는 곁에 있는 동안 어려운 시절 맏이로 태어나 집안 살림 보태느라고 공부 많이 못 시킨 큰오빠가 마음에 걸려 “느이 큰오빠한테 미안하다. 고생만 시키고`…. 내가 잘못했다”를 몇 번이고 반복하셨다. 그러나 그 후회조차 마지막이 가까워지면서는 크신 아버지께 다 맡기시고 정말 평온하게, 마치 주무시듯이 큰오빠 품에 안겨 가셨다. 아버지의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알게 하면서 우리 가족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었다. 맑은 아버지, 그 아버지가 우리의 수호천사가 되셨다는 것을 우리는 의심하지 않는다. 아이처럼 맑은 수호천사이신 아버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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