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추수할 일꾼(9/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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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09-30 ㅣ No.3633

성 에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 (2004-09-30)

독서 : 욥 19,21-27 또는 2디모 3,14-17 복음 : 루가 10,1-12 또는 마태 13,47-52

 

* 추수할 일꾼 *

그때에 주께서 달리 일흔두 제자를 뽑아 앞으로 찾아가실 여러 마을과 고장으로 미리 둘씩 짝지어 보내시며 이렇게 분부하셨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 떠나라. 이제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이 마치 어린양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구나. 다닐 때 돈주머니도 식량 자루도 신도 지니지 말 것이며 누구와 인사하느라고 가던 길을 멈추지도 말라.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이 댁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 바라는 사람이 살고 있으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사람에게 머무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집 저집으로 옮겨다니지 말라. 어떤 동네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환영하거든 주는 음식을 먹고 그 동네 병자들을 고쳐주며 하느님 나라가 그들에게 다가왔다고 전하여라. 그러나 어떤 동네에 들어갔을 때 사람들이 너희를 환영하지 않거든 길거리에 나가서 ‘당신네 동네에서 묻은 발의 먼지를 당신들한테 털어놓고 갑니다. 그러나 하느님 나라가 다가왔다는 것만은 알아두시오’ 하고 일러주어라. 내 말을 잘 들어라. 그날이 오면 소돔 땅이 그 동네보다 오히려 가벼운 벌을 받을 것이다.”
(루가 10,1­-12)

◆“황량하고 돌투성이인 사막의 가장 외진 곳, 그곳에는 수도자조차도 두려워하는 뜨거운 태양열이 불타고 있었는데, 나는 나 자신이 기쁨 가운데 그리고 로마 군중 가운데 있는 것 같았다. 지옥의 두려움 때문에 나 스스로 나 자신을 처벌한 이 추방과 감옥에서, 나는 여러 번 눈앞에 로마 처녀들의 춤추는 광경을 마치 내가 그들 가운데 있는 것처럼 상상을 했다.
그것은 나의 차가운 육신 안에서 그리고 나의 바짝 마른 근육 속에서 죽은 것 같았으며, 열정만이 살아 있었다. 이 열정의 원수와 함께 나는 혼자서 예수의 발 아래 몸을 던졌으며 나의 눈물로 그 발을 적시고 그리고 나는 몇 주일 단식함으로써 나의 육체를 길들였다. 나는 내가 받은 유혹을 폭로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지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라는 것을 슬퍼한다.”(성 유스토키움에게 보낸 편지)
예로니모 성인은 격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그는 빨리 화를 내지만 빨리 후회하는 성격이었고, 다른 사람의 결점보다 자신의 결점에 가혹했다고 한다. 돌로 가슴을 치는 예로니모의 초상화를 보면서 한 교황이 말하기를 “당신이 그 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잘하신 일입니다. 만일 그것이 없었다면 교회가 결코 당신을 성인으로 추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히브리어로 된 구약과 그리스어로 된 신약을 라틴어로 번역한 성서학자다. 예로니모 성인은 주님께서 주신 성격과 성향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줄 아는 분이셨던 것 같다. 성서를 번역하기 위해서 스스로 준비를 했고 훌륭한 스승을 찾기 위해서 애를 썼고 몇 년씩 한 곳에 머물면서 배웠다고 한다. 그런 준비가 어느 정도 된 후에는 팔레스티나를 두루 여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성서를 공부하면서 예로니모 성인의 전구를 자주 청했다. 인간적인 약함보다는 주님을 위해서 그 약함까지도 활용할 줄 알았던 성인을 닮고 싶었고 최대한으로 공부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 주님은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심정으로 제자들을 파견하신다. 이런저런 지침을 주시며 그 염려하는 마음을 표현하신다. 제자들이 지닌 인간적인 한계가 몇 가지 지침으로 덮여지지는 않을 텐데도 주님은 제자들에게 다니면서 추수할 일꾼을 만나라고 하신다. 둘이 셋이 되고 셋이 열이 되어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라 하신다. 아마 주님은 공동체야말로 서로 있는 것을 다 내어놓고 하느님 나라를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곳임을 아신 것 같다.

박강수(재속회 선교사)


-  큰 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

큰 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들려옵니다.
나의 자그만 안뜰에 남몰래
돋아나는 향기로운 풀잎,
당신의 말씀- 그 말씀 아니시면
어떻게 이 먼 바다를 저어갈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둘러보아도 아직은
메마른 나무의 둘레, 나의 둘레
꽃도 피지 않고 뜨거울 줄 모르는
미지근한 체온
비록 긴 시간이 걸려도 꽃은 피워야겠습니다.

비 온 뒤의 햇살 같이
안으로 스며드는 당신의 음성.
큰 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가까이 들려 옵니다.

빛나는 새 아침을 맞기 위하여
밤은 오래도록 어두워야 한다고
아직도 잠시 빛이 있을 동안에 나는
끔찍이 이 세월을 아껴 써야 한다고

마음이 가난치 못함은 하나의 서러움 -
보화가 있는 곳에 마음 함께 있다고 -
아직도 가득 차 있는 나의 잔을
보다 아낌없이 비워야 한다고

........
네, 그래요.
큰 소리로 말씀치 않으셔도
분명히 들려 옵니다.

- 이해인의 詩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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