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성당 게시판

* 수호천사 되신 아버지(1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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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국길 [fcan] 쪽지 캡슐

2004-10-02 ㅣ No.3635

수호 천사 기념일 (2004-10-02)

독서 : 출애 23,20-23 복음 : 마태 18,1-5.10

 

* 수호천사가 되신 아버지 *

그때에 제자들이 예수께 와서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위대합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 어린이 하나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대답하셨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생각을 바꾸어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하늘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자신을 낮추어 이 어린이와 같이 되는 사람이다. 또 누구든지 나를 받아들이듯이 이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곧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너희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업신여기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하늘에 있는 그들의 천사들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를 항상 모시고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라.”
(마태 18,1-­5.10)

제목도 지은이도 내용도 가물가물하지만 어른으로 태어나 아이가 되어 죽는다는 내용의 동화가 생각난다. 우리 아버지는 올 7월 5일에 아이처럼 맑은 모습으로 크신 아버지 품으로 돌아가셨다. 아기와 임종을 앞둔 아버지와의 차이는 단순히 ‘체격이 크다, 작다와 말을 할 수 있다, 없다’였을 뿐 아버지는 착한 아이 그 자체였다. 물건을 받으면 깍듯이 아버지는 늘 웃음을 지으며 꼬박꼬박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음식을 드실 수 없어 오직 미음만을 드셨는데 그것이 아버지를 정화시킨 것인지 아버지의 몸에서는 늘 아기 내음이 묻어났다. “아버지, 몸을 옆으로 누우면 숨쉬기가 좋대요” 하면 “그래” 이렇게 하라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면 저렇게 마지막 병원에서 집에 가시기를 원한 것 외에는 요구도 없이 늘 ‘그래’ 하면서 응해주셨다.
아버지가 위독해지면서 아버지 옆에 있는 시간을 수도회에서 많이 허락해 주셨는데 아버지는 곁에 있는 동안 어려운 시절 맏이로 태어나 집안 살림 보태느라고 공부 많이 못 시킨 큰오빠가 마음에 걸려 “느이 큰오빠한테 미안하다. 고생만 시키고`…. 내가 잘못했다”를 몇 번이고 반복하셨다. 그러나 그 후회조차 마지막이 가까워지면서는 크신 아버지께 다 맡기시고 정말 평온하게, 마치 주무시듯이 큰오빠 품에 안겨 가셨다. 아버지의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를 알게 하면서 우리 가족을 더욱 사랑하게 만들었다. 맑은 아버지, 그 아버지가 우리의 수호천사가 되셨다는 것을 우리는 의심하지 않는다. 아이처럼 맑은 수호천사이신 아버지,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강석연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마자레로 센터)


-  패랭이꽃 -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론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 류시화의 詩중에서 -

님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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