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의 작은터

[퍼온글]아이러브 스쿨~(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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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순 [command] 쪽지 캡슐

2001-02-28 ㅣ No.8165

연수가 온것을 나보다 은경이가 더 좋아합니다. 연수도 은경이가 반가웠는지 동네어귀에서

만나자 마자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합니다.

 

        "언니 오늘 우리동네 놀러온거야? 응?"

         

        "그래..."

         

        "야... 잘됐다. 오늘 심심했는데..."

         

나보다 먼저 은경이가 연수의 손목을 잡더니 동네로 달음질 쳐 뛰어내려갔습니다.

나와 일만이는 뒤를 따라 갔습니다.

동네에서는 아이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벌써부터 감자를 굽고 있었습니다. 은경이가

연수를 먼저 그곳으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연수가 저렇게 까맣게 타버린 감자를 잘 먹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괜히 연수가 더럽다고 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뭐야?"

         

        "이렇게 불 피워놓고 여기다가 감자 구워먹는거야..."

         

        "그래? 맛있겠다..."

         

        "잠깐만 언니..."

 

은경이가 불구덩을 뒤지더니 잘 익은 감자 하나를 꺼내서 연수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연수는 까맣게 탄 감자를 보고 어쩔줄 모르는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대신 연수에게

감자 껍질을 까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먹는거야. 너무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야돼..."

         

        "응... 고마워..."

 

연수는 팔소매를 잡아당겨 그곳에 감자를 놓고 후후 불어가며 조금씩 먹기 시작했습니다.

 

        "야... 맛있다..."

         

        "저엉말?"

         

        "응..."

 

다행입니다. 연수가 별로 맛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입 주위가 검은재로

까매질 정도로 연수는 감자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런데 연수 옷이 많이 더러워져서

걱정입니다. 저대로 집에 가면 혼날것 같은데...

 

한참을 모닥불 옆에서 감자도 먹고 불도 쬐다가 우리는 다른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연수는 모든것을 처음 보는듯이 신기한 얼굴이었습니다.

일만이네 외양간을 지나다가는 커다란 눈을 멀뚱멀뚱 뜨고있는 소를 보고는 신기해서 달려

갔습니다.

 

        "야... 신기하다..."

         

        "소 처음봐?"

         

        "응. 이렇게 가까운곳에서는 처음 봐"

         

        "일만이네 소야..."

         

        "그렇구나..."

 

연수는 무섭지도 않은지 손을 내밀어서 소를 만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만이네 소는

커다란 눈을 멀뚱멀뚱뜬 채로 연수와 우리를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일만이랑 똑같이 생겼지?"

         

        "그런것 같아... 호호"

         

        "야! 한민우... 너 죽을래?"

         

        "아니, 소가 너만큼 똑똑하게 생겼다구..."

         

        "진짜?"

         

        "그렇다니까..."

 

연수에게는 모든것이 신기한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매일 보는건데 연수는 하나하나 신기해서

발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기 일쑤였습니다.

 

일만이네 집 앞을 지나서 우리집 근처로 갔습니다. 누렁이가 오후나절을 꾸벅꾸벅 졸면서

지내다 우리가 오는 모습을 보고는 커다랗게 기지개를 펴고 우리쪽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왔습니다.

 

        "연수야 인사해. 우리집 누렁이야."

         

        "안녕? 귀엽게 생겼네..."

         

보통 낮선사람만 보면 컹컹 짖어대던 누렁이가 웬일인지 연수에게는 짖지 않습니다.

게다가 연수 발치에 가서 무척 친한척을 합니다.

 

        "참 이상한 놈이네... 나한테는 맨날 짖어대더니"

         

옆에서 보던 일만이가 신기한 듯이 쳐다봅니다. 누렁이는 정말 약속이나 한듯이 연수에게

달라붙어 오래전부터 알고지내던 사이처럼 굽니다. 연수도 누렁이를 계속 쓰다듬으면서

즐거워했습니다.

 

        "민우야 그런데 여기가 너희 집이야?"

         

        "응..."

 

그런데 갑자기 은경이가 연수 손을 잡더니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나는 집은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생각없는 은경이가 갑자기 연수를 데리고 들어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내 방으로 들어온 우리들은 이불 한장을 뒤집어 쓰고 동그랗게 앉았습니다. 내 방에

연수가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습니다. 연수도 추웠는지 이불 속에서 손과 발을

녹이고 있었습니다.

 

        "많이 춥지?"

         

        "응... 조금..."

         

우리는 따뜻한 방바닥에 꽁꽁 언 손과 발을 녹였습니다. 모두 추웠는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연수도 두 볼이 빨갛게 변했습니다. 연수는 내 방이 재미있는지 이리저리

둘러보기 바쁩니다. 나는 괜히 창피해졌습니다. 연수는 내 책상으로 가서 이것저것 책을

보며 재미있어했습니다.

 

        "민우 방학숙제 다 했니?"

         

        "나? 아니, 아직... 일기는 조금씩 쓰는데... 너는?"

         

        "나도 많이 못했어... 그럼 우리 같이 할까?"

         

        "정말? 그럴까?"

 

옆에서 가만히 보고만 있던 일만이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나두 아직 방학숙제 못했는데..."

         

        "그럼 우리 같이 하자..."

 

        "정말? 나두 같이해두 돼?"

 

        "그러엄..."

 

연수가 활짝 웃으면서 우리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일만이도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은경이가 부엌에 구워놓은 군밤을 가지러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은경이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빠... 빨리 나와봐..."

         

        "왜그러는데?"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마자 우리를 반겨준것은 하얗게 내리는 눈이었습니다.

어느새 눈이 왔는지 하얀 눈으로 온 세상이 덮여 있었습니다.

 

        "야... 눈이다..."

         

        "눈 내리는거 처음봤어?"

         

        "이렇게 많이 오는건 처음이야"

         

        "그럼 우리 나가서 놀자"

         

        "응..."

 

연수는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건 처음 본다구 했습니다. 눈도 깨끗했습니다. 우리는 집 앞에서

눈싸움을 하고, 또 눈사람도 만들었습니다. 큰 눈사람 하나와 작은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서

둘이 나란히 곁에 두었습니다. 부엌에 들어가서 숯조각을 가져와서 눈이랑 코랑 입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제 어엿한 눈사람이 된것 같습니다.

 

연수가 손을 호호 불며 나에게 와서 살짝 이야기 했습니다.

 

        "우리 저기 눈사람에 이름 붙여줄까?"

         

        "그래. 뭐가 좋을까?"

         

        "큰거는 민우, 작은거는 연수"

         

        "정말?"

 

연수가 눈사람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이쁘게 다듬었습니다. 나도 연수 눈사람을 이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은경이와 일만이는 눈싸움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누렁이도 신났는지 이리저리 우리 주위를 뛰어다니면서 컹컹 짖습니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는지 어둑어둑해 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연수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

할것 같습니다. 한참 재미있게 노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연수 옷을 보니 많이 지저분해져

있었습니다. 저대로 집에가면 엄마에게 혼나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나는 연수를 데려다 주기 위해 같이 길을 나섰습니다.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 우리는

눈 길위에서 몇번씩 넘어졌습니다. 언덕배기를 내려갈때는 나무 판자를 타고 썰매도 탔습니다.

 

        "민우야,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나두..."

         

        "다음에 또 오구 싶으면 어쩌지?"

         

        "그럼 오면 되지 뭐..."

         

        "알았어, 다음에 또 올께..."

         

        "그래..."

 

눈이 오고난 뒤라 날씨는 더욱 추워졌습니다. 연수는 손시 시려운지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걷고 있었습니다.

 

        "연수야, 손 이리 줘봐"

         

        "왜?"

         

나는 연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손이 얼음장 같이 차가웠습니다. 나는 내 옷에 손을 많이

비빈 다음 조금이라도 더 연수를 따뜻하게 해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연수 손이 따뜻해지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 다음에 연수네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연수 엄마께서

문앞에 나오셔서 연수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연수야..."

         

        "엄마..."

         

        "너 아무말도 없이 이렇게 늦으면 어떻게 하니? 그리구 옷은 또 이게 뭐니?"

 

지저분해진 연수 옷을 보시고 연수 엄마께서 많이 화를 내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연수 어머니... 연수가 우리 동네에 놀러갔다가..."

         

        "어서 들어가자"

         

연수는 엄마손에 끌려 문을 쾅 닫고는 들어가 버렸습니다. 연수가 엄마에게 크게 혼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연수와 내가 만들어놓은 눈사람들을 쳐다보았습니다.

연수는 지금 집으로 갔지만 눈사람 민우와 눈사람 연수는 아직 나란히 서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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