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동성당 게시판

홍신부님 강론(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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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2002-11-02 ㅣ No.5379

오늘은 마태오복음 5장 17-20절의 말씀을 가지고 묵상해 보겠습니다.

 

예비자 여러분 중에 그런 분들이 계십니다.

교리 다 받고 영세 받을 때가 다 되서 영세를 안 받겠다고 하십니다.

왜 그러시냐고 하면 준비가 덜 됐다고 하세요.

또 어떤 분들은 성당이나 교회에 나오라고 하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서 못나간다고 하십니다.

신자분들도

하느님이 지금 당신을 부른다면 금방 따라가겠느냐고 물으면

좀 준비를 더 하고 가겠다-- 라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왜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인가.

왜 그렇게 무엇을 금방 하기를 꺼리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을 망설이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런 사람들의 내면을 움직이는 생각은 무엇일까.

그 생각은

내가 완전한 사람이 되야지 다른 사람들이 날 받아줄거야--

내가 죄가 하나도 없어야지 하느님이 날 받아줄거야--

이것입니다.

그런 믿음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것은 병적인 믿음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을 역으로 말하자면,

내가 완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날 받아주지 않을거야--

내가 티없이 깨끗하지 않으면 하느님은 날 안받아 줄거야--

 

그런데 그것이 정말 현실적인 생각인가.

 

여러분이 신앙 생활을 하는데 언제쯤 되야 완전해질까요?

언제쯤 되야 죄를 하나도 안 짓고 생활 할 수 있을까요?

 

노력만 하면 나는 언젠가는 죄를 하나도 안 짓고 살 수 있는 날이 온다--

그렇지 않습니다.

내 마음이 완전한 평화를 갖게 되는 날, 하느님께 대한 완전한 믿음을 갖게 되는 날

그런 날은 오지 않습니다. 그런 날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번 가정을 해봅시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온다, 그런 날이 있다--

내가 노력만 하면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거야-- 라고 가정을 해 보자구요.

 

사람이 완전하게 되기 위해서는 정말 사력을 다해야 합니다.

있는 힘 없는 힘 다 끄집어내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노력을 하는 삶이 즐거운 삶이겠는가?

죄를 하나도 짓지 않기 위해서 사는 삶이 즐거운 삶이겠는가?

눈에 보이는 것마다 다 죄인데.

싫은 놈 보면 안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니까

화 안내려고 그 싫은 놈을 맨날 피해다닙니다.

그게 사람 사는 것인가요?

밖에서 남들이 좋은 것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내 마음속에서 남의 물건 가지고 싶은 욕구가 생기고 마음속에 욕심만 생겨서 나는 밖에 안 나가고 방안에만 있겠다,

최소한 그러면 죄는 안 짓지 않느냐--

실제로 성인들 중에 그런 분들이 있었습니다.

죄짓기 싫어서 밖에도 안 나가고 사람도 안 만나고

하루종일 골방에 틀어박혀서 기도만 하다 죽은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사람이 사는 삶인가.

 

그렇게 살아서 완전해지지도 않고,

그렇게 사는 삶이 하느님이 원하는 삶도 아닙니다.

 

산에 올라갈때,

난 산의 정상까지 두시간만에 올라갈거야-- 라고 작정을 하고 올라간다고 합시다.

산에 두시간만에 올라가면 난 젊은 사람이고 그렇지 못하면 이젠 한 물 간거야-- 하고

자기 나름의 법을 정해놓고 말이지요.

그래서 두시간동안 기를 쓰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 도착해서

아-- 난 역시 젊어-- 바람도 시원하고-- 하면서 즐거움을 느꼈어요.

그런데

그 즐거운 맛을 보는 시간이 몇분이나 됩니까?

10분 정도의 즐거움을 위해서 두시간을 버린 겁니다.

올라오는 시간동안은 지옥이었습니다.

짜증내면서, 신경질내면서,

오르는 동안 산도 안 보입니다. 오직 정상에 올라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오르는 동안 꽃도 나무도 안 보입니다.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렇게 사는 삶이 사람다운 삶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예전에 우리가 받았던 신앙교육은

완전한 사람이 되라--

율법의 일점 일획도 다 지키고 사는 사람이 되라--

이런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 수 있는가.

못 삽니다.

그냥 불완전한 채로 살다 가는게 사람의 生입니다.

완전해져야 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생기는 병이 강박증입니다.

절대 완전해 질 수 없는데도 계속 완전해지려고 노력하다가 병에 걸리는 것이 세심증입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가.

내가 준비가 다 되야지만 저 사람이 날 받아줄거야--

내가 마음이 정말 깨끗해야 하느님이 날 받아줄거야--

그 생각이 언제부터 생긴 것인가.

심리학에서는 부모님때문에 그런 생각이 생겼다고 설명을 합니다.

 

그렇다면, 부모님들이 어떤분들일때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갖게 되는가.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부모님이 쓰는 방법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냥 화를 내는 것입니다. 직설적 표현으로.

두번째는 조금 세련된 부모님들이 쓰는 방법입니다.

화를 내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고문합니다.

니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니가 조금만 더 착했으면--

니가 조금만 더 뭘 했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아이에게 말을 합니다.

사실은 부모님 마음속은 끓고 있지만,화를 내기는 싫으니까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니가 지금 이렇게 된 것은 니가 노력을 안 해서 그렇게 된 것이야-- 라고

아이에게 책임을 전가시킵니다.

이런 말을 듣는 아이들은 부모가 자기를 야단친다는 생각을 못합니다.

왜냐하면 부모가 화를 안내기 때문에, 부모가 화내는 모습을 못 보기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님이 야단을 치는게 아니라

정말 내가 못나서 날 가르쳐 주려고 저러는 거야-- 라고 생각을 합니다.

 

문제는 부모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 아이한테

니가 조금만 더 잘하면-- 이 말을 한다는 것입니다.

잘했어-- 그만하면 됐어-- 라고 인정을 해주지를 않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부모님의 인정을 받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드는 생각이

난 아무리해도 안되는 그런 놈이야...

이렇게 자학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교회안으로 들어오면

난 아무리 노력해도 늘 죄인이야..

난 아무리 노력해도 하느님이 날 안 받아주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런 신앙생활은 무기력한 신앙생활입니다.

힘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람이 되겠다-- 는 생각은 환상입니다. 현실이 아닙니다.

사람은 완전해 질 수가 없습니다.

그냥 완전해지려고 노력하다 가는 것 뿐입니다.

불완전한 채로 살다가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난 노력하면 완전한 사람이 될 수 잇어-- 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아담의 유혹에 빠졌다고 말을 합니다.

아담이 하느님처럼 완전하게 되고 싶어 선악과를 따 먹었습니다.

그러나 그걸 먹은 순간

자신의 불완전함을 더 많이 봤다...라고 구약성서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만날때, 사람들을 만날때

준비하지 마시고 있는 그대로 나가십시오.

날 보고 상대방이 실망한다면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

실망한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준비를 다 하고 하느님을 만나겠다--

내가 모든 걸 다 갖추고 사람들을 만나겠다--

모든 걸 다 갖추고 영세를 받겠다--

이런 분들은 죽는 날까지

하느님도 못보고 사람들도 못 만나고 영세도 못 받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가지고 하느님앞에, 사람들앞에 가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국내에서 나온 성인전 말고 외국에서 나온 성인전을 보면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를 해 놓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성인이라고 하면 성격이 부드럽고 사람들을 다 포용하고 그런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성인중에는 성격 더러웠던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성인이 되었는가.

자기들이 그렇게 성질이 더러운데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그걸 믿은 사람들은 성인이 된 것입니다.

믿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연옥에서 헤메고 있는 것입니다.

연옥에서

나는 더 준비해야 돼-- 그러고 천당에 갈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성인이 되느냐 아니면 연옥에서 뺑뺑이를 도느냐 하는것은

하느님 뜻이 아니라 여러분이 선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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