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성당 게시판

새만금 갯벌에 불국정토를, 지상천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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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exceptional] 쪽지 캡슐

2001-04-10 ㅣ No.1645

-불교와 천주교 기도의 집을 함께 열며

 

불자들이고 천주교인들인 우리는,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죽어가는 새만금 갯벌을 바라보며 아파하고 계시는 부처님 곁으로 왔습니다. 우리는 갯벌 위를 하염없이 걸으시며 이곳 생명체들을 쓰다듬고 위로하고 계시는 예수님 곁으로 왔습니다. 물 좋고 산 좋은 곳 고요한 산사가 아닙니다. 도심의 번듯한 예배당이 아닙니다. 바다바람 차고 생명과 죽음사이에 긴장이 팽팽하게 흐르는 이 새만금 갯벌입니다. 이곳에 우리는 법당을 옮기고 하느님의 교회를 세웠습니다.

 

오랜 세월 개발과 효율성을 따지며 천대하고 외면해온 갯벌, 그러나 우리는 이 일치의 자리서 그 갯벌의 소중함과 가치를 지속적으로 선포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세상으로부터 소외 받고 주변에 밀려있는 모든 존재들이 지닌 생명성을 세상에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그 생명의 존엄함을 만방에 증거 하려는 것입니다.

 

이 일치의 자리서 우리는, 인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고서 파괴와 왜곡만을 그 대가로 받아온 갯벌과 바다와 산과 들에게 용서를 청하려합니다. 이 기도의 자리서 우리는, 그 온갖 생명들의 숨결과 그것들이 우리 인간에게 말하는 바를 더욱 깊이 알아들으려 합니다. 어민들의 한숨과 고통을 더욱 깊이 느끼고자 합니다. 또 이생명의 자리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절절한 심정으로 소망하렵니다.

 

불자들이고 천주교인들인 우리는, 새만금 갯벌의 생명들을 담보로 그간 벌여온 갖은 이해타산과 탐욕이 이제 정녕 그만 두어지길 바랍니다. 지역공동체와 우리 사회의 소란함이 여기서 멈춰지길 바랍니다. 이 갯벌에 어민들 삶에 평온이 찾아들도록, 그리하여 온 나라 공동체가 조화와 평화를 이루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우리는 진심으로 염원합니다.

 

그 모든 바람과 희망들을 여기 갯벌 법당의 목탁소리와 갯벌 교회의 기도 하나 하나마다 올올이 담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엮어 저 갯벌 깊은 속까지, 저 머언 바다로, 저 하늘 드높이, 또 저 정치인들의 가슴 밑바닥에까지 울려 퍼지게 하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새만금 갯벌이 앓아온 상처에 새 피가 흐르고 새살이 돋을 때 우리는, 불국정토 지상천국이라 선언할 것입니다.

 

 

2001년 4월 8일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대한불교 조계종 해창사, 천주교 기도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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