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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더러 어떻게 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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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 [sugi] 쪽지 캡슐

2000-06-19 ㅣ No.1648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멋 없이 길기만한 머리가 부담이 되어

스트레이트도 할겸 조금 다듬으려고 미용실을 찾았는데, 미용사가

야속하게스리 단발로 확 잘라버리는 것이다.처음에는 아까웠는데

자르고 나니 무게도 가벼워 질뿐아니라,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것이었다.속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내린 결단이

아니기는 했지만 한번쯤은 이렇게 다른 사람에게 나를 맡겨보는

것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주위 사람들의 반응이 심상치가 않다.

"무슨 일 있는 거니?" 하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너 그러다가 빡빡

밀고 절로가는것 아니냐?" 하는 사람까지 다양하기만 하다.그래도

간혹 "단발도 잘 어울리네."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내 머리니까 내가 하고 싶은데로 했을 뿐인데

이렇게 까지 사람들이 이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워낙 외모에 신경을 안쓰고 지내기는 해서 나 조차도

내 모습에 지겨움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래도 설마 이 정도까지는..

 

무심코 지나치려니 그 동안 내가 나를 너무 버려두고 살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하물며 내 머리,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 것인데...

’내가 남 한테 한 말이나 행동이었다면..’생각하니 아찔하다.

지겹도록 듣는 말이기는 하지만 어제처럼 현기증을 느낄 만큼은

아니었는데......정말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입에서 나가는 말, 행동들 그 모두가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가슴에

상처를 준다면 그것도 나도 모르게라면 고해성사에서도 빠뜨릴 것이

아닌가?...그럼 지금도 죄 때문에 무거워 견디기 힘든데 거기에다가

모르는 죄까지 더한다면...아이구, 난 심판대에 오르기도 전에

죄의 십자가에 깔려 죽을 것이다.그러고도 " 다시는 죄 짓지 않을테니,

제발 살려 주세요." 하고 말할것이다. 내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세상것을 조금 잘한다고 현명한 것이 아닌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완전 무지는 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와르르.........

 

무식이 용감하다는 말은 죄를 짓고도 진정한 회개 보다는 또 다른

청원의 기도를 올리기 바쁜 나같은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인듯

하다.그래서 주님께서는 내 안에서 눈을 감고 그렇게 누워계신건가?

아직 부활도 못하시고...........................................

 

이제는 금이아닌 죄를 캐러 가야겠다.

뻔히 무거울 텐데...일 하다말고 고해성사를 드리러 갈 수도 없는

일이고...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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