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동성당 게시판

7번째 난쟁이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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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zizibe76] 쪽지 캡슐

2000-08-07 ㅣ No.4335

*~ 일곱 번째 난쟁이의 사랑 ~*

 

나는 산 너머 너머에 사는 일곱 번째 난쟁이입니다.

 

아름다운 백설공주가 우리 집을 찾았을 때 앉았던 의자도

일곱 번째 난쟁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스프도

일곱 번째 난쟁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피곤한 몸을 누이고 잠들었던 침대도

일곱 번째 난쟁이 저의 것이었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꼬임에 넘어가서 문을 열어주고

숨이 막히는 코르셋으로 쓰러져 있을 때

그녀를 깨워 일으킨 것도

일곱 번째 난쟁이 저였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독이 든 빗으로 머리를 빗고 쓰러져 있을 때

제일 먼저 달려가서 빗을 빼내 던져버린 것도

일곱 번째 난쟁이 저였구요,

 

그녀가 나쁜 마녀의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숨을 멈추었을 때

하루종일 그녀의 곁을 지키면서 목놓아 울던 것도

일곱 번째 난쟁이 저였구요,

 

왕자님이 오셔서 그녀를 데려가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우리들의 공주님이라고.. 울면서 안 된다고 말리던 것도

일곱 번째 난쟁이 저였구요,

 

기어이 친구들이 왕자에게 그녀를 내주었을 때

짧은 다리로 숨이 헉헉 차오르도록 따라 쫓았던 것도

일곱 번째 난쟁이 저였구요,

 

더이상 왕자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자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갔다가 휘청 떨어진 것도..

 

그 바람에 덜컹 유리관이 움직이고

그녀의 목에 걸린 독사과가 튀어나오면서

오랜 잠에서 깨어난 그녀가 ’나를 구한 분은 누구신가요?’ 물었을 때

차마 초라한 작은 몸으로 나서지 못하고 못나게 움츠렸던 것도,

 

늠름한 왕자님의 ’바로 저입니다, 아름다운 공주님.’

씩씩한 목소리를 유리관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면서 들어야 했던 것도

일곱 번째 난쟁이.. 저였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가끔씩 산 너머 너머에 사는

일곱 난쟁이의 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공주를 사랑했던

일곱 번째 난쟁이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대는 누구의 일곱 번째 난쟁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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