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성당 게시판

[묵상] 연중 제3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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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novita] 쪽지 캡슐

1999-01-30 ㅣ No.109

                             연중 제3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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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히브 11, 1-2, 8-19

      복음: 마르 4, 35-41

      나는 겁이 많았다. 밤에 화장실에도 혼자 갈 수 없어서 꼭 아버지나 어머

      

      니를 깨워서 함께 갔다. 이렇게 겁보였으며 외박이라고는 모르던 내가 어

      

      느 해 성소주일에 "나를 따라오라."는 예수님의 강한 음성을 듣고 고향을

      

      떠나 먼 이국으로 가서 수녀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용기로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나 자신도 믿어지지 않는다. 주님의 은총이 아니면 불가능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가끔 나는 내 자신의 능력을 믿고 일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겁이 닌다. 때로는 주님이 안 계시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스스로 놀라

      

      기도 한다. 겨자씨 한 알만한 신앙도 없어서 그럴까? 그럴 때면 나는 감실

      

      앞에 겸손되이 무릎 꿇고 다시 한번 주님의 음성을 떠올린다. "왜 그렇게

      

      겁이 많으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그 동안 너에게 베푼 기적을 잊어버

      

      렸으냐?" 주님의 책망을 들으면서도 예상치 않는 사건이 생기면서 또다시

      

      겁이 덜컥 난다. 무슨 오뚝이 기질을 가졌는지 넘어지고 또다시 일어나고.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나 자신이고, 가장 믿을 수 있는 분은 하느님뿐이

      

      심을 겸손되이 고백하며 성체 앞에 엎드려 간절히 기도드린다.

      

      "참 좋으신 주님, 이제는 더이상 겁내지 않게 해주소서. 당신과 함께라면

      

      아무것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는 믿음을 주소서.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

      

      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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