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동성당 게시판

그냥 맘이 아파...

인쇄

김화영 [teresia] 쪽지 캡슐

2000-03-18 ㅣ No.1516

오랜만에 엄마가 올라오셨다.

동생과 언니가 있는 잠실에서 고기 파티를 하셨다는군..

오늘이 동생 생일이라나...

동생이 지난 번 우리집에 왔을 때, 올해부터는 음력으로 생일을 찾아먹겠다며 달력에 3월 말일날 동그라미를 크게 쳐놔서, 난 오늘이 이전까지 찾아먹던 동생 생일인걸 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다. 겨우 일년밖에 안됐는데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잊어먹을 수가 있을까...

오늘이 동생 생일이라면...그렇다면 어제는 울 귀여운 조카의 1주기인것을...

 

이번 학기부터는 대학 강의 때문에 정신없어졌다.

평생 잊지 못할 것만 같았던 일이...어쩌면 이렇게 까맣게...이리도 까맣게 잊혀질 수 있었을까...

그래서였을까...?

어제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밥도, 세수도 안하고 저녁 6시부터 오늘 아침까지 죽은 듯이 잤다. 방과 거실은 내내 불이 켜져있었고, 현관의 보조키도 잠그지 않은 채로... 아무리 자도 아침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몸이 아픈 것도 감기에 걸린 것도 아니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무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난 단지 강의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래도 뭔가 너무 이상했다. 아무리 하루종일 강의를 해도 이렇게 몸이 깨어있음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무겁진 않았었다. 조카를 잊어버리고 사는 무심한 고모를 깨우쳐주려는 것이었을까...



3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