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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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기 [seongki] 쪽지 캡슐

2001-08-16 ㅣ No.4303

1. 여름은 열매를 맺기 위해

   그렇게 햇살이 따가웠던 가요.

 

   여름에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

   그렇게 바삐 산과 바다와 얼음을 찾았던가요.

 

   거리에 사람들이 빼곡해 집니다.

   지하철에도 버스에도 일터로 학교로 오가는

   사람들로 생동감이 넘칩니다.

 

   살아 숨 쉰다는 것!

   2001년의 8월 중순 서울 풍경은

   이제 결실의 가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 지난세기 말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의 만년설 계곡에서

   얼음인간이 발견되었습니다.

 

   거의 완전한 모습으로 나타난 얼음인간은

   무려 5,300년전 청동기 시대의 사냥꾼 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사냥꾼이 화살을 맞아 죽었으며

   자작나무 버섯을 비상 약품으로 가지고 다녔음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자작나무 버섯은 기생충의 고통을 벗어나게 하는

   완화제와 항생제 성분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얼음인간의 DNA분석을 통해

   반만년전 인류의 생활 양식과 인류기원을 찾고 있습니다.

 

3. 평양의 모란봉 기슭 금수산 자락에는

   금수산 기념 대궁전이 있습니다.

 

   김일성 생존시에는 주석의 집무실 이었는데

   그의 사후 2억달러를 들여

   김일성 시신을 영구보전하는 북한의 성지로 조성되었습니다.

 

   대지가 100만평에 이르고 건축 연면적이 1만평을 넘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김일성이 누워 있는

   유리관을 참배하며

   발꿈치에서 한번, 양측에서 두번 합 세번 깊은 절을 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오열을 참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단순한 존경심에서가 아니라

   신앙의 차원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4. 지난 98년 경북 안동에서는

   452년전 (1586년)  이응태의 미이라가 발견되었습니다.

 

   31살의 젊은 나이에 죽은 그의 가슴에는

   애절하게 쓴 부인의 편지 한통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원이 아버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의 어린 아이는 이제 누구의 말을 믿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고

   나 또한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 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 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나는 살수가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 이승에서 잊을 수 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을 어디에 두고

   아이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 하며 살 수 있나요.

 

   이내 편지 보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 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당신 내 뱃속의 아이 낳으면

   보고 할말이 있다 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겁니까.

   하늘 아래 이런 슬픈 일이 또 있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나는 꿈속에서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 * * * *

 

   이집트에서는 사람이 죽어도 영혼은 영원히 살아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밤마다 영혼이 찾아 올 수 있도록 미이라를 만들었습니다.

 

   얼음인간 사냥꾼, 금수산의 김일성, 원이 아버지....

   그들의 영혼은 지금 미이라를 밤마다 찾아 갈까요.

 

   가을 바람 소슬부니 내 영혼의 안식처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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