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사랑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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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shuiniu] 쪽지 캡슐

2001-08-30 ㅣ No.4323

사랑의 독백

 

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아침에 그녀는 꼭 커피를 마신다.

밀크가 아닌 블랙으로 두잔.

그녀는 화요일과 금요일에 목욕을 한다.

그녀는 말하기 전에 항상 "응"이라고 말한다.

지금 내 뒷자리에 앉아 잠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난 알고 있다.

그녀는 하기 싫은 일을 부탁 받을 때는 그냥 웃는다.

그리고 내색을 안하는 그녀지만 기분이 좋으면

팔을 톡톡 두 번 건드리며 이야기를 꺼낸다.

그녀의 집은 10시가 되기 전 모두 잠이 든다.

그래서 그녀와 밤늦게 통화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바지보다 치마를 좋아하며 연분홍을 좋아한다.

긴머리는 아니지만 적당히 항상 머리를 기르고 다니며

수요일까지는 밤색 머리띠를 주말까지는 흰색 머리핀을 하고 다닌다.

표준어를 잘 쓰지만 이름을 부를때에는 사투리 억양이 섞인다.

그리고 반가운 사람의 이름을 두번 부른다는 것도 난 알고 있다.

그리고 난,

그리고 난,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알고 있다....

 

 

그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그는 아침에 내가 뽑는 커피의 한잔이 그의 것인지를 모른다.

내가 그와 수업을 같이 하는 날 목욕을 하는 것을 모른다.

그는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가 항상 그 말을 그를 위해 해 준다는 것을 모른다.

지금 그의 뒷자리에 앉아 창에 비친 그의 보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그는 모른다.

그는 어려운 일을 말없이 해주눈 것도 좋아하지만,

나의 침묵이 긍정이란 의미를 모른다.

난 내가 기분이 좋을때

그와 손을 잡고 이야기를 얼마나 하고 싶어하는지를 모른다.

늦은 밤에도 그의 전화를 기다리며

불끈 방안의 어둠 안에서 얼마나 그를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그는 치마를 좋아하고 연분홍을 좋아한다.

난 검은 바지를 좋아하지만...

몇년전 친구들과 돈을 모아 사준 밤색 머리띠를 그는 기억을 못하며

그가 인상 깊었다는 여인의 머리핀이 흰색이었다고 말한 것을 기억 못한다.

그리고 지금 내 일기장에 그의 이름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그리고 그는, 내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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