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덕동성당 게시판

기쁨을 주는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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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won3d] 쪽지 캡슐

2001-09-27 ㅣ No.4360

기쁨을 주는 동화

 

 

 

 

안토니오 성인에게 암소를 팔아먹은 농부 이야기

 

옛날에 매우 어리석은 농부가 있었는데, 다행히도 그의 아내는 매우 현명하여 집안의 모든 일들을 이끌어 갔다. 그녀는 자기들이 생산한 것을 내다 팔기도 하고 생필품들을 비롯한 필요한 물품들을 사기도 했으며, 집안의 일들을 일꾼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기도 하면서 농장의 모든 일들과 집안의 일들이 질서 속에 잘 이루어지도록 노력해 나갔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현명한 아내가 다리를 다쳐서 걸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리가 나을 때까지 집안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현명한 아내가 집안에 있어야만 하는 동안에 암소를 한 마리 팔아야 하는 상황이 다가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남편인 농부가 그 암소를 끌고 시장에 가서 팔아야만 했다.

 

그 현명한 아내는 남편에게 160굴덴 이하로는 소를 절대로 팔아서는 안된다는 것과 그에게 말을 많이 하는 장사꾼들에게 속아 넘어가서는 결코 안된다는 것에 대하여 단단히 일러 주었다. 그런 말 많은 장사꾼들은 어차피 소를 살 사람들이 아니라는 사실도 일러 주었다. 그 아내는 농장의 임대료를 내기 위해서 그 정도의 돈을 반드시 마련해야만 했던 것이다. 어리석은 남편이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쉽게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므로, 돈을 그렇게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암소를 내다 파는 일을 연기했을 것이다. 시장에서 많은 장사꾼들이 그 농부에게 말을 걸어 왔다. 그 농부는 아내가 일러 준 말을 생각하여 아무에게도 소를 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는 그 소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는 아내로부터 또다시 돌대가리라는 핀잔을 받을까 봐 걱정하게 되었다.

 

집으로 오는 도중에 그는 어느 한 마을의 성당 곁을 지나오게 되었다. 그 성당은 바로 그때 문이 열려 있었다. 그는 ’여기에 혹시 이 소를 살 장사꾼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므로 성당 안에 한 번 들어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날 안토니오 성인을 기리는 성지순례의 행사가 있었기에 성당 문이 열린 것이다. 안토니오 성인의 상이 그 성당 안에 서 있었다. 그러나 모든 행사는 이미 끝나 버려 아무도 성당 안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농부는 소를 데리고 그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긴 의자들 중의 하나에 소를 매었다. 그리고 그는 좀더 안으로 들어갔다. 앞 쪽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서 있는 어떤 사람이 그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 말없이 서 있는 사람이란 바로 안토니오 성인상이었다.

 

안토니오 성인상에는 돼지도 그려져 있었기 때문에 그 농부는 그가 돼지를 취급하는 장사꾼으로 착각했다. 그 성인상이 계속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기에 그 농부는 매우 마음에 들게 되었다. 그래서 농부는 그 성인상에게 말을 건넸다. 그는 성인상에게 그의 소를 사 달라고 부탁했다. 여러 번에 걸친 그의 간곡한 청에도 불구하고 안토니오 성인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 농부는 화가 나서 그의 지팡이로 그 성인상을 한 번 후려쳤다.

 

그렇게 하자, 그 어리석은 농부 한네스의 발 앞에 한 자루의 돈이 툭 떨어졌다. ’좋아!’라고 그는 말하면서 ’네가 나의 소를 살 줄 알았다. 네가 입을 조금이라도 열었더라면, 내가 너를 그렇게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그는 기분 좋게 그 돈을 들고 성당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 앞에 돈을 던져 주면서 더 이상 돌대가리라고 비난하는 말을 듣지 않게 된 것을 기뻐했다. 아내는 그 많은 돈에 대하여 이상하게 생각했다. 한네스는 아내에게 자신이 돼지 장사꾼에게 소를 팔았다는 것과 그가 값을 전혀 깍지 않고 돈주머니를 그의 발 앞에 던졌다는 것만을 이야기했다.

한네스가 그 성당을 떠난 후에 성당지기는 성당 문을 닫기 위해서 왔다. 그는 암소가 한 마리 성당 안에 묶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안토니오 성인상 뒤에 숨겨두었던 성지순례 행사를 통해서 받은 돈이 모두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본당 신부님을 모시고 와서 그곳에서 일어난 불행한 일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그는 아내가 그 돈을 발견하여 다 탕진해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아내 몰래 안토니오 성인상 뒤에 그 돈을 숨겨 두었던 것이다. 신부님은 그에게 그 소를 주면서 아내에게 가서 신부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이라고 말하라고 했다.

 

성당지기는 그 암소를 데리고 집으로 왔고, 뜻밖의 선물을 받고 아내는 몹시 놀랐다. 그녀는, 신부님이 언제나 근검절약하면서 생활했고, 성당의 재정도 넉넉지 못한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성당지기는 그 모든 것에 대하여 쉽게 믿을 수 없어하는 아내에게 그렇게 못 믿겠으면 신부님에게 직접 물어 보라고 했다. 몹시 기쁜 아내는 암소를 가축 우리 안에 집어 넣고 정성껏 돌보았다. 그 일에 재미를 느낀 아내는 이전에 커피를 마시며 이집, 저집 놀러 다니던 것을 그만두고 그 일에 점차 빠져들었다. 건강하고 좋은 등급인 그 암소는 많은 양의 우유를 제공했다. 이전에는 돈을 물쓰듯 하던 아내는 돈을 버는 일이 무척 힘든 것임을 깨닫고는 매우 건실하게 살림을 꾸려 나가게 되었다. 이렇게 얼마 동안 살다 보니 그 아내는 돈을 저축하게 되어 다른 암소를 한 마리 사오게 되었다. 그러고는 얼마 후에 땅도 사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그 성당지기는 많은 땅과 소들을 소유한 넉넉하고 건실한 사람이 되었다.

한네스의 집에도 그의 아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잘 운영해서 상태가 좋아졌다. 한네스가 전보다 현명해진 것이 아니었지만 그의 아내는 이제 그에게 더이상 돌대가리라는 소리를 하지 않게 되었다.

안토니오 성인에게 소를 판 그 일은 이러한 방법으로 그 두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 안셀름 그륀, <다시 찾은 기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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