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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면/박인환, 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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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예 [jmaria07] 쪽지 캡슐

2004-10-15 ㅣ No.5329

    세월이 가면 (박인환 시)/ 박인희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무잎은 떨어지고 나무잎은 흙이 되고 나무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이 시의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를 골라보았습니다. 박인환은 1926년 8월 15일에 태어나 1956년 3월 20일에 작고한 것으로 되어 있고, 이 시는 그가 작고하기 1주일 전에 쓴 것이라고 합니다. -- 아래는 인터넷에서 퍼왔습니다. <강계순, '아! 박인환'. 문학 예술사(1983년). pp. 168∼171.> '경상도집'이란 술집에 모여 앉은 박인환·이진섭·송지영· 영화 배우 나애심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이 몇 차례 돌아가자 그들은 나애심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졸랐지만, 그녀는 좀체 부르지 않았다. 그 때 갑자기 박인환이 즉석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 시를 넘겨다보고 있던 이진섭도 그 즉석에서 작곡을 하고, 나애심은 흥얼흥얼 콧노래로 그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깨어진 유리창과, 목로 주점과도 같은 초라한 술집에서 즉흥적으로 탄생한 것이 오늘까지 너무나도 유명하게 불려지고 있는 '세월이 가면'이다. 한두 시간 후 나애심과 송지영은 돌아가고, 임만섭·이봉구 등이 합석을 했다. 테너 임만섭이 그 우렁찬 성량과 미성으로 이 노래를 정식으로 다듬어서 불러, 길 가는 행인들이 모두 이 술집 문 앞으로 모여드는 기상 천외의 리사이틀이 열렸다. 마른 명태를 앞에다 놓고 대폿잔을 기울이면서 아름다운 시를 쓰고 작곡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는 많은 행인들……. 그것은 마치 낭만적인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다.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은 순식간에 명동에 퍼졌다. 그들은 이 노래를 '명동 엘레지'라고 불렀고, 마치 명동의 골목마다 스며 있는 외로움과 회상을 상징하는 듯 이곳 저곳에서 이 노래는 불리어졌다. 이 '세월이 가면'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애절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시를 쓰기 전날 박인환은 십 년이 넘도록 방치해 두었던 그의 첫사랑의 애인이 묻혀 있는 망우리 묘지에 다녀왔다……. 그는 인생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랑도·시도·생활도 차근차근 정리하면서, 그의 가슴에 남아 있는 먼 애인의 눈동자와 입술이 나뭇잎에 덮여서 흙이 된 그의 사랑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순결한 꿈으로 부풀었던 그의 청년기에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떠서 영원히 가슴에 남아있는 것, 어떤 고통으로도 퇴색되지 않고 있던 젊은 날의 추억은 그가 막 세상을 하직하려고 했을 때 다시 한 번 그 아름다운 빛깔로 그의 가슴을 채웠으리라. 그는 마지막으로, 영원히 마지막이 될 길을 가면서, 이미 오래 전에 그의 곁에서 떠나간 연인의 무덤에 작별을 고하고 은밀히 얘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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