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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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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민 [mandrew] 쪽지 캡슐

2004-10-18 ㅣ No.5342


얼굴 - 박인환 시. 박인희 낭송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살면 뭘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닮은
한 마리의 외로운 학으로 산들 뭘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밤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담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다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 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니다.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다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싫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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