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성당 게시판

여자의 마음은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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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 [sugi] 쪽지 캡슐

2000-05-22 ㅣ No.1529

 어김없이 다가오는 주일임에도 맞아들이는 내모습은 너무나도

변덕스러워 엉덩이에 뿔난 못된 송아지 같다.이리투덜, 저리투덜

대다가 하느님께 까지 투덜거리고....

 

 솔직히 지난 일주일은 영세받은 이래로 가장 변심할 조짐이 컸다.

내 기도를 들어주지 않으셨음에도 아니고,

내가 주님을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아직은 포기할 수 없는 일에 그 분은 그 옛날 기도 드렸던 내 모습

을 기억하시고 포기하도록 나를 이끄시려 함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다 끝내 가출(?)하기로 결정을 내린것이다.

이번 주일을 끝으로.... 결정도 쉽지는 않았지만 행동으로 옮기

기는 더욱더 어려워 한주일의 말미를 둔 것이다.

 

 " 주여, 이제는 당신께 묻지 않겠습니다.

 응답을 들으려 하지도 않겠습니다.

 당연히 당신께 나아가지도 않겠습니다.

 당신이 간절히 생각이 날 즈음엔 그저

 씁쓸한 미소만을 짓겠습니다."

 

 생각보다 미련은 너무컸다.

감히 주님을 외면하며 살기로 작정을 하니 갑자기 밀려드는

공허함과 두려움 그리고 부모를 떠나보내는 듯한  슬픔이 다가왔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주님이 아닌 ’나’를 .

 

 내가 하느님을 찾게된 계기는 그 분의 말씀이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고통에 절어 성서를 펴면 그 속에 기쁨이 있었고,

슬픔에 미쳐 성당을 찾으면 그 눈물을 씻어 주셨기 때문이다.

그 첫 마음 또한 기억하셨음인지....

 

 이번주 강론 말씀도 ’주님께서는 모두를 한 없이 사랑하심이요,

나를 떠나지 않는 한은 많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라고 하시니

........ 더불어 간절한 예수님의 편지는 사랑했던 한 친구를

떠나 보내며 흘렸던 눈물 만큼이나 나를 슬프게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

신호가 걸려 멈춘 틈을 타 횡단보도엔 그저 무덤덤하게 지나가는

개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분과 줄에 묶여, 내 보기엔 끌려가는

것으로 보이는 개 한 마리가 지나간다.

 

 그 모습을 보니 모두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을 벗어나 홀로 설수 없음을 아시는 주님이시기에 줄로나마

나를 묶어두시려 함인데, 주인의 발에 채이면서도 그 발자취를

따를수 밖에 없는, 그래야 평화로운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아 안락함

을 느낄수 있을터인데...

 

 무엇이나 다 정한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무슨 일이나 다 때가 있다.(전도서,3,1)

 

 그 분을 만나면서 알게된 평화로움이 너무좋아 감히 고통속에서도

당신께 순명하는 삶을 살도록 허락하시라는 기도를 드려놓고도

당장 내게 편한 일에만 얼른 행동해 버리는 이기적인 양심을 반성해

본다.또한 나에게 주어진, 그분이 정한 ’때’가 지금이라면 단한번,

처음으로 주님께 진 빚을 갚아드릴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직은 용기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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