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성당 게시판

마음을 다해 끌어안는 게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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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훈 [p0o9i8] 쪽지 캡슐

2003-05-30 ㅣ No.4915

 

 

당신이 너무 바빠서 아이들, 아내를 위해 시간을 낼

수 없다면 당신은 그들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

사랑은 원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며 그를 위해 온

전히 자신의 시간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거기 존재하지 않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열 한 살의 팀은 부유한 아버지를 두었지만 늘 아버지

의 정이 그리운 소년이었다.

팀의 생일을 맞아 아버지는 아들에게 물었다.

"팀, 내일이 네 생일이구나. 뭘 갖고 싶은지 말해보렴.

아빠가 뭐든지 다 사주마."

하지만 아버지의 그 말은 팀을 매우 쓸쓸하게 했다.

소년은 받고 싶은 물건이 없었다.

아버지는 부자였기 때문에 무엇이든 다 사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에겐 더 이상 필요한 물건

이 없었다. 그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였지만 그것을

얻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소년의 아버지는 집에 거의 없었다.

어쩌다 한번 집에 있을 때조차 그는 온전히 거기 있지

못했다. 아버지는 비록 거실 의자에 앉아있었지만 거기

있는 것은 몸뿐이었고 마음은 늘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래서 소년은 마치 자신이 아버지 없는 아이 같다고

생각했다. 팀은 말했다.

"아빠, 아빠만 계시면 돼요. 다른 선물은 필요 없어요.

아빠만 계시면 다 돼요."

이제 아버지는 어떻게 하면 될까?

아버지는 아들이 단지 자기가 곁에 있어 주기를 원한다

는 것을 알았다.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는가?

그는 자신에게로 돌아가기 위해 숨쉬기 명상이나 차

명상 같은 마음을 현재에 두는 수행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귀여운 아들의 손을 잡고 두 눈을 바라보며 이

렇게 말할 수 있다.

"아들아! 내 사랑하는 아들아! 나는 너를 위해 여기

이렇게 있단다."

 이것이 사랑의 수행이다.

사랑하는 것은 이처럼 진정 그의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붓다의 명상이다.

사랑하는 것은 깨어있는 마음을 수행하는 것이다.

깨어있는 마음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하나로 엮어

그곳에 무엇이 있든지 누가 있든지 마음에서 나오는

집중이 없다면 사람들은 당신에게서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없다.

 

사랑에도 몰론 책임감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책임감이 현실의 한 부분에만 집중되어 있어

전체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언가가 결여된 책임

감이다.

그런 책임감보다는 지금 이 순간 이곳에 존재하는 것들

을 파악하고 그것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

하다.

우리에겐 ’책임감’ 대신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더 필요한 것이다.

이것은 꼭 필요한 능력이면서 우리가 늘 닦아야 하는 힘

이다. 우리는 자신과 가족을 위해, 그리고 우리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들 곁에 있을 수 있는 방법

을 배워야 한다.

생각을 다 놓아버리고 호흡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늘

옆에서 일깨워줄 수 있는 사람이나 사물이 필요하다.

플럼빌리지에서는 종소리가 그런 역할을 한다.

또 지금 현재에 머물며 행복하게 걷고 있는 스님들도 깨어

있는 마음으로 돌아갈 것을 일깨워주는 존재다.

플럼빌리지에서는 종이 울리면 누구나 다 하고 있던 일이나

생각, 말을 멈추고 오로지 들숨과 날숨으로 되돌아간다.

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고요히 하고, 숨을 내쉬며 웃는다.

 

숨을 들이마시며

나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숨을 내쉬며

나는 삶을 향해 웃는다.

 

그렇게 말없는 말을 하면서 적어도 세 번은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플럼빌리지에서는 수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종들이

아주 많다. 종소리뿐 아니라 전화벨이 울릴 때도 생각과

말, 움직임을 멈추고 들숨과 날숨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즐거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웃는다.

이것은 이미 그 자체로 사랑의 실천이다.

15분마다 울리는 괘종시계 소리에도 그렇게 한다.

우리가 부엌에 있든 거실에 있든 정원에 있든 내게로 돌아

가는 수행의 기회가 왔음을 기쁘게 받아들인다.

플럼빌리지의 종소리와 전화벨소리, 괘종시계 소리는 내

안에 있는 붓다의 음성이다.

지금 이곳으로 돌아오라고 우리를 부르는 소리이며, 삶 속

으로 깊숙이 들어가라고 일깨워주는 소리다.

이처럼 깨어있는 마음의 수행은 마음을 현재에 둔다는 뜻으

로 곁이 있는 것들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주의를 집중한다는 것은 당신의 마음을 현재에 머물게 하는

동시에 당신 안의 여러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힘이다.

주의를 집중하는 힘이 없다면 당신은 결코 사랑이라는 실체

를 경험할 수 없다.

이것이 깨어있는 마음의 수행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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