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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0만원짜리 '안중근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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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선 [delltapose] 쪽지 캡슐

2005-08-26 ㅣ No.902

[스크랩]  880만원짜리 '안중근 카메라', 뜯어 보자!   2005/08/19 20:55 추천 0    스크랩 0
 출처 : 880만원짜리 '안중근 카메라', 뜯어 보자!
880만원짜리 '안중근 카메라', 뜯어 보자!
김윤미 디시인사이드기자 naki@dcinside.com

입력 : 2005.08.18 16:18 47' / 수정 : 2005.08.18 17:54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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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카메라, 김근태
지난 16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안중근 카메라’라고 불리는 880만원짜리 카메라를 선물 받았다. 세계적인 카메라 제조업체 독일 ‘라이카’社가 한국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이 제품엔 안중근 의사의 인장(印章)과 안 의사의 친필 ‘大韓國人(대한국인)’이 새겨져 있다.

독일 회사가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는 제품을 출시했다는 사실과 88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으로 ‘안중근 카메라’는 단숨에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현재 한정출시된 60대 중 한국에 들어온 30대는 출시 이틀만에 모두 팔린 상태다.

그런데 과연 ‘안중근 카메라’는 880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을 받을 만큼 기존 ‘라이카’ 제품과 차이점이 있는 걸까? ‘안중근 카메라’의 기본 골격인 ‘라이카 MP’ 카메라의 본래 가격은 298만원, 렌즈(170만원)까지 합쳐도 468만원에 불과하다. 무려 412만원의 가격차이가 날만한 이유가 있는지 카메라를 찬찬히 뜯어보기로 했다.

◆‘안중근 카메라’의 뼈대, 298만원짜리 ‘라이카 MP’

우리나라 공식 판매가격이 298만원인 ‘라이카’사의 MP는 2003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제품으로, 1953년부터 제작됐던 ‘M’ 시리즈를 이어받은 기계식 카메라다.

‘조리개 우선 AE 모드, ‘M7’ 모델의 기계제어식 버전을 이어받은 동시에, 기존 ‘M’ 시리즈 보다 컴팩트한 사이즈를 자랑해 ‘M’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라이카 MP’ 모델은 실버 크롬이란 소재에 검정색으로 페인팅을 해 사진기의 몸체, ‘바디’를 만든다. 수집가를 위한 ‘콜렉트형’도 있는데 이때는 헤머튼 그레이라는 재질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안중근 카메라’의 몸체는 ‘블랙 크롬’이라는 재질로 제작됐다는 게 국내 수입회사인 반도카메라 측의 설명이다.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도 같지만 기존의 실버 크롬과 색깔만 다를 뿐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블랙 크롬은 몸체에 새겨진 음각이 돋보이는 기능을 할 뿐이다.


◆60개밖에 없다는 원본 아닌 복원 제품

반도카메라 측은 ‘안중근 카메라’의 비싼 이유 중 하나로 렌즈의 희소성을 꼽는다. “지금은 구하려 해도 구할 수 없는 1세대 렌즈가 장착됐다”는 것이다.

이 ‘1세대 렌즈’는 1958년에 생산이 시작돼 1969년에 단종된 제품. ‘라이카의 전설’로 일컬어지는 최고의 명기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35mm F2 1세대(6군8매)’ 렌즈가 정식 명칭이다. 이 렌즈에 현재 코팅기술을 적용해 당시 렌즈보다 훨씬 좋은 사진 품질을 제공한다고 수입회사 측은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렌즈가 그 때 당시 제작된 원본 ‘1세대 렌즈’가 아닌 기술복원으로 재생산한 제품이란 데 있다. 다시 말해 이미 현재 기술로 원한다면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란 뜻이다. 그런데 ‘라이카’사 측은 단 60개만 렌즈를 제작, 앞으로도 ‘1세대 렌즈’는 다시는 만날 수 없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고객들은 “몸체 재질과 인장, 프린팅 등의 간단한 포장만 달라진 안중근 카메라가 의도적으로 60대만 제작되면서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아졌다”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

반도카메라 측도 880만원이라는 가격에 대한 고객들의 반감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가격을 둘러싸고 반도카메라의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난도 여러 곳에서 듣고 있다”며 “라이카 본사에서 정한 가격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다시 없는 기념품일까, 의도된 명품일까

물론 ‘안중근 카메라’는 훌륭한 기획의도로 제작된 제품이다. 디자인 역시 우수해 라이카 독일 본사 마에스트로(장인)들이 “디자인이 충격적일만큼 힘있고 아름답다”고 극찬을 받기도 했다.

가죽 스트랩에는 ‘60th Jubilee Independence 1945-2005 R.O.K.’란 문구가 새겨져 있고, 양장본 보증서에는 24K GOLD로 안중근 의사 왼손 인장과 ‘大韓國人’ 유묵이 프린팅돼 있다. 국내 판매를 맡고 있는 반도카메라는 직접 제작한 상자에 태극기를 둘러 직원이 승용차로 직접 고객의 손에 넘겨줄 예정이라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880만원이란 고가에 상응할만한 차이점인지는 생각해볼만하다.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60대만 제작됐다지만, 이 고가의 카메라는 또 다시 다른 이름으로 출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라이카의 한정 생산 제품들은 수집가들도 모두 알 수 없을만큼 가격과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한정 생산품 중에는 판매가가 2,000만원 이상인 것도 있어 880만원인‘안중근 카메라’는 중견 가격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정 생산 제품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희소 가치에 따라 판매 가격이 달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번 ‘안중근 카메라’는 라이카 역사상 유래 없는 최소 물량 제작이다. 하지만 ‘광복 60주년’과 ‘안중근’이라는 이름, 극소 물량 제작이 내용상으로는 별 차이 없는 제품에 468만원의 가치를 부여해 줄 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가격을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해 '희소 가치를 위한 희소 가치'를 만들었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기사는 디시인사이드에서 만들어 클린레터에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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